brunch

내 컨트롤 타워의 리더는 누구인가

<인사이드아웃 2> 리뷰

by 소려



오랜만

마지막 리뷰가 파묘라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많이 지나갔나요? 스스로의 성실함에 감탄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개봉작들이 있었죠. <듄 파트 2>, <쿵푸팬더 4>, <범죄도시 4>, <퓨리오사> 굵직한 영화들이 많았죠. 근데 왜 리뷰를 하지 않았느냐 묻는다면 당연 돈 때문입니다. 제 글이 돈이 된다면 저는 지금 <클레멘타인>의 원고를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냉정한 자본주의의 승리입니다. 그치만 너무 귀찮은 걸... 종일 롤체만 해도 모자랄 만큼 하루는 너무나 짧습니다.




너와 나의 눈높이

여기 한 영화가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옵니다. 저보다 36배나 늦었네요. 히히 나는 3달밖에 안 됐는데.

하지만 기억해 주는 사람의 수는 무려 0배 차이 납니다. 저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이 영화의 전작은 <인사이드아웃> 무려 한국에서만 따져도 500만 명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0이니까 나누면 0이 되네요. 다행히 사칙연산은 잘 기억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Witness me

전작은 엄청난 영화였습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을 먹고도 눈물은커녕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는 저를 엉엉 울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봉봉이 희생할 때 안 운 사람 있습니까? 있다구요? X발 T야?

아 봉봉이 아니라 빙봉이군요. 중간에 알았는데도 원고를 수정하지 않는 건 여러분의 웃음이 고프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 명이라도 날 기억해 줄 거 아니야. 워보이는 발할라로 가기 위해 입에 크롬 스프레이를 뿌리지만 저는 그딴 거 다 필요 없습니다. 퇴근길에 국밥에 쐬주만 걸쳐도 발할라보다 좋은 홍콩행 보잉 777에 올라탄다 이 말이에요. 개소리를 이렇게까지 길게 썼는데 조금이라도 웃어달라 이 말입니다. 날 잊지 말란 말이야. 기억해 줘!!! Witness me!!!!!

출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크윽... 오른팔의 흑염룡이...

라일리에게 사춘기가 왔습니다. 전작에서 이미 온 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나 봅니다. 끝난 줄 알았지? 중2병 맛 좀 봐라 욘석들아!

작중에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걸로 나왔지만 미국 고등학생은 우리나라랑 나이가 조금 다릅니다. 학년 수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15살이 고등학생입니다. 대한민국의 중학교 2학년 생의 나이 역시.... 아시죠...?

출처: https://m.blog.naver.com/cjh19977/221275926920




감정

핵심 감정 5명에 더불어 사춘기와 함께 새로운 감정이 등장합니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이 4명이 말이죠. 원조 5인방에 비해 직관적이지도 않고 설명하기 복잡합니다. 딱, 복잡한 사춘기 감수성과 일치하죠. 직관적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나무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시각화하는 능력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몽글몽글 아기자기하면서도 톡톡 튀네요. 그리고 속편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설정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신념 저장소'입니다.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감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지니게 됨으로써 사람은 성장하고 비로소 '자아'를 가지게 됩니다. 과거의 감정과 기억에 기반하여 나를 형성하는 뼈대가 만들어집니다. 물에 띄워 가지를 뻗고 커다란 나무의 형상이 된다는 이미지는 직관적이고 효과적입니다.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성장에 대하여

라일리의 성장이 엿보이는 흔적이 또 있습니다. 전작은 본부에서 추방된 기쁨이와 슬픔이가 다시 본부로 돌아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작은 작중 대사로도 나오죠


와봤던 길이니까 걱정 마!


라일리가 핵심 감정뿐만 아니라 자신 안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들을 향유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죠. 이미 헤매어봤기에 마음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부로 돌아가는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본부로 향하는 수단이 많아지고 통로도 엄청 많아졌거든요. 5인방 역시 마음만 먹으면 본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억의 저편에 버린 자아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 뿐이죠. 1편처럼 빙봉을 희생하고 라일리 첫사랑을 잔뜩 찍어 다리처럼 타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라일리는 더 이상 감정 속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ORIGIN

이번 영화의 핵심은 길을 찾는 게 아닙니다. 길 끝에 도달할 나의 목적지. 나의 근간, 나의 원점,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합니다. 영화가 당신에게도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안에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잔잔하게 휘몰아쳤습니다. 빙봉을 떠나보낼 때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불안'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내 머릿속 컨트롤 타워의 리더는 불안이겠구나"하며 말이죠. 하지만 점점 결말에 가까워짐에 따라 다른 사춘기 감정들의 모습들 역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황, 부럽, 따분, 그리고 불안. 모두 나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었죠. 물론 모두가 그런 점을 지니고 살고 있겠죠.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춘기에 머무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출처: 네이버 영화




인생은 타이밍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현실의 고민을 놀랍도록 날카롭게 후벼 파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영화를 만나는 일이죠. 그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면 그게 소위 말하는 인생영화가 아닐까요?

<소울>을 처음 봤을 때 홀로 펑펑 울었던 게 기억납니다. 영화의 어떤 순간이 제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생영화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딱 '위로'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인사이드 아웃 2>는 <소울>과 비슷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울지는 않았지만 감정에 일으킨 파문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범람하는 파도와 같은 사회 속에서 우리는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아갑니다. 고난에 부딪혀 당황하고, 이상적인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이내 제 풀에 지쳐 모든 것을 달관한 듯 따분한 정신승리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진짜 나는 누구일까를 항상 찾아 헤맵니다.


잘 보이고 싶어 만들어낸 나,


행복한 나,


욕망에 투영한 나,


무능하고 한심한 나,


행복하다고 믿고 싶은 나.


무수한 나의 모습 중에 무엇이 나의 진정한 모습일까요? 여러분은 알고 있나요?

출처: 네이버 영화



사춘기

사춘기는 나를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영화의 묘사에 따르면 자아를 확립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하나의 진리를 추구합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명확하고 간결한 답을 말이죠.




진리

저는 진리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약한 존재가 '언어'라는 미약한 틀에 가둔 나약한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무엇하나 명확하 않습니다.




나무와 숲

우리는 '신념'이라는 나무에 사로잡혀 '나'라는 숲을 보지 못합니다. 나무 한그루가 숲을 대변하지 않듯 우리 역시 하나의 신념으로 대표되지 않습니다.

'나'라는 개체는 무궁무진한 다양성과 잠재력과 이면을 지닌 굉장히 복잡하고 섬세한 존재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나라는 존재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주인공

라일리를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기쁨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쁨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울고, 화내고, 겁먹고, 부끄러워하고, 동경하고, 지루해하고, 불안에 떨어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 기쁨이듯 우리는 기쁘기 위해 살아갑니다. 모든 것을 보듬고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기쁨뿐입니다. 너무 먼 길을 돌아왔네요, 답은 시작부터 쥐고 있었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



마무리

3달 만에 글을 쓰고 싶게 만들 정도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내 안의 까칠이에게서 콘솔을 빼앗고 싶군요. 좋은 얘기만 하면서 마치겠습니다.

2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고개가 갸우뚱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오히려 3편까지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이 된 라일리 궁금하지 않나요? 토이스토리의 앤디처럼 함께 자라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좋겠습니다. 만약 3편이 비슷한 주기로 나온다면 1편이 나올 때쯤 태어난 아이들이 라일리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있겠군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오늘 영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직도 저처럼 사춘기를 겪고 있는 분들, 우리 행복해집시다. 종일 기쁘기만 해도 모자랄 만큼, 하루는 너무나도 짧잖아요.

출처: 네이버 영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