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과 기생의 어디쯤에 있는 모녀관계
초딩보다 못 그리는 그림일기
지난 주말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다녀왔다.
소나무는 해를 좋아하는 양수림이라고 한다.
햇빛을 받기 위에 옆으로 난 잔가지들을 스스로 쳐내고 위로 쭉쭉 뻗은 모습이 장관이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숲길을 걷다가 참나무와 소나무가 서로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에 반해 푯말엔 공생목이라고 쓰여있었다.
양수림인 소나무와 음수림인 참나무가 서로 돕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음.. 아무리봐도 소나무가 버티느라 힘들어 보이는데...
중년을 향해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기대고 싶다.
하나, 둘 아픈 곳이 늘어나고 일을 할 수 없는 엄마도 나에게 기대고 싶어 하신다.
공생목과 달리 우리 둘이 기대어 사는 모습은 밖에서 볼 땐 사이좋은 모녀로 비치겠지만 사실을 서로 기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키워놨더니 오히려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딸을 견디는 중이고
나 역시 만족이 없는 듯한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일이 버거울 때가 있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는
내 맘대로 끊을 수도 없거니와 하루에도 공생과 기생을 왔다 갔다 하느라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모녀지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