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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제주4.3의 아픈 역사를 몰입감있는 감정선으로 전달한 책

by 나무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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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해볼 책은 우리나라의 자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작가의 소설 신간인 '작별하지 않는다'다.

일단, 독서토론 책 고를때 가장 이슈였던것이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기 때문에 거의 대다수가 투표로 한강작가의 책을 골랐다.

사실 전에 이 책은 대략 1년전 남친이 나한테 내용을 이야기했던 책이었는데, 이번 계기로 이렇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이라는걸 알고 읽어서인지, 이해안되는 부분도 작가의 표현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려고 했던것 같다.


이 책은 줄거리를 소개하기는 조심스럽다.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사실상 이 책의 주인공은 과거 비극적인 역사의 희생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들 제주 4.3사건을 알고 읽어야 이 책의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비교적 또래에 비해서는 제주 4.3사건이나 여순사건을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 책에 나온 희생자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글로, 기사로 접한 내용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읽으면서 내용이 충격적이라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이 책의 초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ㅡ뻔뻔스럽게ㅡ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사실 이 문장 자체가 너무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학살과 고통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고..

작가가 극중 주인공의 직업을 작가로 설정해서였는지, 저자의 마음에서 삶의 긴 시간동안 희생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던 것 같다.



'수십 년 전 생시에 보았고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녹지않는 그 눈송이들의 인과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꿰뚫는 가장 무서운 논리이기라도 한것처럼'


사실 이 문장은 사람이 가진 내면의 깊숙한 트라우마의 어렴풋한 존재를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대게 인간의 두려움은 트라우마와 연관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인선의 어머니의 꿈이야기에서 인선은 어머니의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느껴서 이 이야기를 회상하며 말한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중 주인공중 한명인 인선의 말을 통해서 비극적인 학살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기울임체로 적혀있는 인선의 모든 말들이 굉장히 몰입감있게 읽혔던 것 같다.

거의 1~2페이지 남짓 되는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울임체가 등장하는 페이지마다 감정의 이입이 무척이나 깊게 되는 기분이었다.

작가의 의도나 설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짧은 시간에 감정적 몰입을 깊게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이 책의 중간정도에는 제목인 <작별하지 않는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영화 프로젝트 제목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이 메세지는, 작별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함과 동시에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듯이 느껴졌다.

과연 제주 4.3의 학살사건을 접하는 사람들은 그 학살로 죽은 사람들을 작별인사만 하지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영원히 작별하지 않고 기억해야하는 사람들로 기억할까?


나는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거냐는 저 물음이 단순하게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걸로만 받아들일거야?"하고 묻는것 같았다.

조금은 확대해석일지도 모르지만,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작중 인선의 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여동생 셋과 갓난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한 평화로운 가족의 일상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이야기.

가족의 생사조차, 그렇게 예뻐하던 갓난아이의 생사조차 오랜 시간이 지날동안 확인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산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하고서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내용 자체가 너무 슬프기도 했지만, 다른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들이 퍼즐조각처럼 이어져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알게되는 내용이라 충격이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는데,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 결말자체가 충격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당연하게도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끝끝내 모두 죽었다는 사실만 남아있어서인지 이미 사건을 알고있음에도 너무 마음아팠던 것 같다.

후에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물을 받아든 그릇이 덜덜 떨리는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현실은 분명히 이것보다도 잔혹했을 것이다.

다른 것보다 밤사이 썰물이 핏자국을 흔적도 없이 다 쓸어가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총살했다는 내용은 정말 화가 났던 것 같다.

그 총살과 죽음을 계획하고 뒤처리를 생각하면서 총살했다는 그 고의성에 화가 났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아 그 많은 죽음들이 알려지지 않은 것들에 또 화가 났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류애가 실시간으로 사라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죽는 날까지 우리 서방은 군경 욕을 안 해서. 좋다나쁘다 아예 입에 담질 않아서. 대신 빨갱이라 허멍 질색을 했주게. 무장대 그 사람들ㅇ 한 거 무신거 있느냐곡. 경찰 멫 명 죽이고 죄 어신 가족헌티 복수허고 산에 도망가불민 그 마을에서남 이백명 삼백명이 보복으로 떼죽음을 당햄신디, 지상낙원 만든다 허멍 그기 지옥이주게 어떵 낙원이냐곡.


제주방언으로 이루어진 이 대사에서 전달하는 말 자체가 화가 났다.

애초에 군경의 존재의 이유가 뭘까.

자국민을 보호하는게 의무인 그들의 총칼이 자국민을 향한다.

이게 맞는 걸까 싶으면서도 실제로 이런 시대였다는걸 체감하게 해서인지, 그 시대를 만든 사람들에게 화가나고, 시간이 지나도 변한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도 화가나고, 그시대를 용서한 현실에도 화가 났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변명으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핑계로 많은 일들이 잊혀져간다.




'그후로 엄마는 모은 자료가 없어.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때까지.'


아니 애초에 이게 말이 되는지 정말 알수가 없다.

나라 법이라는게 정말 그런건지 이런게 민주주의가 맞는건지, 군부가 투표없이 대통령이 된다는게 어이가 없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때까지라는 이 말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는게 화가 난다.

읽는 내내 화가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아니 화가나는 현실이던가.




대답대신 나는 손을 뻗어 뼈들의 사진 위에 얹었다.


눈과 혀가 없는 사람들 위에.


장기와 근육이 썩어 사라진 사람들.


더이상 인간이 아닌 것들.


아니, 아직 인간인 것들 위에.




이제 닿은 건가,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더 깊게 입을 벌린 해연의 가장자리,


어떤것도 발광하지 않는 해저면인가.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자, 오래 마음에 남는 부분이었다.

작가의 시적표현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고민이 많아지게 했다.

시대를 초월해서, 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이미 죽어버린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이런 마음이 닿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책의 뒷부분에는 그 이후의 역사들을 자그만하게 설명하면서 마무리가 된다.

사실 이 책의 중반부까지는 몰입도가 낮았고, 작가 특유의 끊어쓰는 시적문체로 인해 나는 이정도 감정이 아닌데, 이 주인공의 감정은 왜 이렇게 무겁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의 후반부를 읽고서 전반부를 다시 접하면, 그 모든 감정들이 애도가 배경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전체적으로 책 자체나 내용을 추천하기 보다는 이 책을 읽음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추측하건데 작가의 마음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아픈현실일지 모르는 이 이야기를 전함으로서 더이상 같은 아픔을 갖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감히 추천할 수가 없다.

모두가 알아야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들 한번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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