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아빠 전교 1등 아들 만들기
아버지는 늘 나에게 지금까지도 잔소리를 늘어놓으신다. 부모가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라는 말을 나는 결코 믿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아닐 거 같은데?라는 의심이 항상 들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하는 소리는 죄다 믿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는 생각했었다. 사람이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믿으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아니면 어떠한 권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무언가를 외부로 풍겨야 신뢰를 느낄 수 있을 텐데,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어떠한 신뢰의 무언가를 느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못 배우신 분이다. 소위 말하는 무식하신 분이었다. 경상남도가 고향이시고 교회를 다니신다. 대충 눈치채셨겠지 만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의 우 쪽에 계시는 분이시다. 여기서 오해는 또 하지 마시기 바란다. 가방끈이 짧아도 현명하고 똑똑한 분들 많다. 제도권 안의 교육으로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논하진 말기 바란다.
그게 좋다 나쁘다 결론지어 단정 짓지는 마시라. 아주 짧게 대충 나의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를 설명드렸다. 그 결과일까? 우리 집은 항상 가난했다. 어릴 적 소원이 방이 두 개인 집에 사는 게 꿈이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며 남들은 저런 반지하에서 어떻게 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송강호의 집을 보며 내가 학창 시절에 살고 싶었던 부러운 집이었다고 하면 믿으실 수 있으려 나? 반지하일지라도 방이 두 개고 거실도 있다. 그리고 집안에 화장실도 있다. 내가 꿈꿔오던 그런 집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방은 하나에 화장실은 집을 나가 밖에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화장실을 사용했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재래식에서 좌변기는 아니지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했다는데 위안을 삼으려 한다. 나는 구구절절하게 어린 시절을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싫은데 남들도 듣고 싶지 않으리라, 대충 저런 환경이었다는 거 정도만 밝히려 한다.
일단 이쯤 하고 아버지의 잔소리에는 항상 나를 무시하는 어조가 숨어있었다. 네가 멀 알아? 너 따위가 너 주제에,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 하나님을 믿어라! 돈이 없는 이유는 네가 많이 고기를 먹어서 그렇다는 등, 고기를 많이 먹어서 아버지가 돈을 못 모았다는 멘트는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나는 입은 짧았지만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해서인지 고 1 때까지 깡마른 삐쩍 마른 전봇대 같은 아이였다. 수시로 귀에 박히는 그분의 잔소리와 지적질을 받으며 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가 들은 잔소리 중에 옆집 누구누구는 서울대를 가서 자기가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다 내고 부모한테 용돈도 주면서 학교를 다닌다는 생전 보지도 못한 그런 사람의 얘기를 아주 자주 하셨었다. 같은 반이던 전교 일 등 나의 동창도 서울대를 못 가고 고려대를 들어갔는데 알바라고는 생전 하지도 않고 집에서 따슨 밥 먹고 지금 변호사를 하고 계시는데, 도대체 저런 완벽한 사람 얘기는 어디서 들어서하시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왜 나는 공부를 못했을까? 아버지의 바람 데로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를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마는 나는 아버지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이임을 밝힌다. 너는 이러이러하니 고쳐! 너는 이게 문제야? 너의 잘못은 이거다. 정신 차려라! ~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면 모든 사람들은 일단 화가 먼저 날 거다. 화가 안 나고 "맞아요! ~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의 문제네요! 용서해 주세요! "라고 한다면 성인군자 이거나 아니면 오랜 학대와 방임으로 스스로 자포자기한 사람 아니겠는가? 그래도 다행히 자포자기한 삶을 산 후자는 아니라 나는 공부는 못 했지만 불량학생이 되지는 않았다.
부모님들은 잘 생각을 해보셔야 한다. 내가 하는 지적질이 과연 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를 그래서 부모는 잔소리를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혼내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잘못을 했을 때는 잘 잘못을 따져 뭔가 답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행동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좋은 말로 훈육 아니겠는가?
잔소리를 20년 동안 들었을 때는 항상 화가 났다. 바로 반박이 나의 특기다. 악도 써보고 문을 부숴도 보고 창문도 깨 봤다. 하지만 아버지의 잔소리는 항상 계속되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믿고 자란 듯하다.
잔소리를 30년 들으니 이제는 거의 초월적 자아가 된 듯 화도 안 나더라 하지만 40년이 되니 슬금슬금 다시 어릴 적 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분명히 내려놓았다 생각했는데 나의 내재되어 있는 분노가 다시 기어오르고 있더라.
다 늙으신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고 분노하는 중년의 모습이라니 여러분도 느끼시겠 지만 나는 못난 놈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게 아니고 나는 변하지 않았다. 가끔 전철에서 무뢰한 노인분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 앞뒤가 꽉꽉 막혀 전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노인분들 말이다. 물론 우리 아버지는 정말 예의 바르시고 남에게 잘하시는 그런 분임을 밝혀드린다. 나에게만 안 좋은 아버지로 기억될 뿐이고 나에게 그렇다는 거다. 시작부터 아버지에 디스로 본인을 못난 놈으로 만들었다.
정말 놀라운 얘기는 지금부터다. 그렇게 싫은 잔소리를 나는 아들에게 할까요? 안 할까요? 정말 놀랍게도 어느 순간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더라는 것이다. 미주알고주알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잔소리를 그대로 내 아들에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솔직히 무서웠다.
“미친놈! 미친놈~! ~ 그러고 싶냐?” 나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그러기 싫은데!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뭔가 내 맘에 안 드는 저 행동들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그래서 잔소리를 안 하려 항상 노력한다.
또 거짓말이다. 정말 항상 노력할까? 이 부분은 숙제로 남겨 놓겠다.
나는 안 한다. 자신 없다. 안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안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는 건 알아주시기 바란다. 그래서 생각한 게 조언을 해주자, 너는 이런 이런 게 문제야 잘못됐어 그거 고체의 화법이 아니라 음….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주 유명하신 어떤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 더라고 (나는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아들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을 찾아서 아들에게 보내주는 걸 좋아한다.) 이런 내용도 있으니 한번 고민 좀 해볼까? 이 정도에서 나는 끝내려고 노력을 한다.
나의 어릴 적 아버지는 신뢰가 가지 않는 무지한 아버지였다. 그리고 나 또한 무지한 그저 평범한 소시민 아버지인 걸 알기 때문에, 저기 어딘 가 우리 주변에 가까이는 없지만 방송이나 책에서 수십 년 한 분야를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물을 들고 오시는 아주 훌륭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냅다 아들에게 던져 놓고 선 나는 쏙 빠져나온다. 친한 친구나 회사 동료들한테 어떤 사실을 얘기하면 다들 이런 반응이다. “치! 말도 안 돼! ~ 너는 책을 너무 많이 봐! 세상 이치는 그리 쉽게 움직이는 게 아니야! 거짓말! 못 믿겠어! ~ 경험이 중요해! ~ 그런 책 쪼가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부모를 잘 만나야 돼!~ 넌 안 돼~ 노력이냐? 운이지” 그들이 내 말을 안 믿는 이유는 내가 그리 잘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일 거다. 내가 대단한 위인이라면 내 앞에서 믿는 시늉이라도 할 텐데. 대통령이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사람들은 믿는다. 왜? 훌륭해 보이거든 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씀 중에 국회의원이 거짓말하겠어? 나라 밥 먹는 분들이 훌륭하신 분들일 텐데 교회 장로가 거짓말하겠어?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일단 타이틀이 있으면 훌륭하고 거짓말 안 하는 아주 고결한 분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들의 거짓말을 이해하려면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 알게 되더라만...
내가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안 믿는다. 왜? 쥐뿔도 없는 놈이라서…
그러면 내 아들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강요하면 믿겠는가?
아닐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회사 동료나 다른 어떤 타인들에게 이거 맘에 안 들어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뜬금없이 시시때때로 말하고 있는가? 분명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 거다. 어느 누가 그렇게 말하면 좋아하겠는가? 물론 가끔 있기는 하더라…
신경을 쓰며 내가 이 얘기를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떤 기분일지까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우리는 행동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가족에게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그와 반대되는 행동과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내뱉는다. 그것도 매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남들을 의식하는 마음의 십분지 일만이라도 가족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솔직히 싸울 일도 의견 충돌이 일어날 일도 많지 않을 거 같다. 조언은 하되 잔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걸 읽고 있는 아들이 속으로 아빠도 잔소리 장난 아니게 많이 하는 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혹시 그렇다고 생각이 들면 미안하다.
아빠가 무식해서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