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밭의 한켠에 '생강'이 심기워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주워들은 어줍잖은 정보가 신의 계시라고 굳게 믿는 동생 녀석의 작품입니다.
나름 제법 뽄새가 납니다. 휘뚜루마뚜루 대충 흉내만 냈다기에는, 들인 정성과 학습량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니 일견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다 죽었나? 우째 싹수가 안보이노?"
산등성이에서 긁어모은 갈비로 한 땀 한 땀 두둑 위를 덮었던 초보농부 동생의 바램은 날마다 정화수 떠놓고 치성을 드리는 애미의 문드러진 가슴만큼이나 간절하지만,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강의 움틈은 영 기별조차 없습니다.
"눈도 안 틔우고 너무 일찍 심었나?"
손은 이미 소복이 덮인 갈비를 헤집고 땅 속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앤간히 호닥거리고 눅진히 좀 기다려라. 날 놈은 냅둬도 때맞춰 다 난다."
'보자, 이제 상것들 다 나왔나?'
대추나무에서 잎사귀가 돋을 때, 대추나무는 뒷짐 지고 거들먹거리며 슬금슬금 등장하는 양반네처럼 한소리를 던집니다.
대추나무의 움틈은 하세월입니다. 죽었나 싶을 때야 비로소 어기적거리며 새순을 밀어 올립니다.
생강과 대추나무는 시간에 쫓기지를 않습니다.
동생들의 계획표에서 생강의 시간표는 도통 궁합이 맞지가 않습니다.
생초보 농꾼인 조급한 동생들이 뭣도 모르고 감히 생강의 더딤 속으로 발을 빠뜨리고만 것입니다.
장장 구 개윌 동안이나 '기다림'을 배우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