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의 삶이란 게 때때로 얼마나 홀가분한 건지 모른다. 억지로 갖다 붙이는 아전인수식의 자기변명일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죽음을 준비하는 내 입장에서는 솔직한 심정이다. 나그네는 짐이 가벼운 법이다. 홀딱 벗고 세상에 나와서 걸판지게 잘 놀다 걸치고 갈 옷 한 벌 남기면 충분하지 않을까.
며칠 전, 미리 남기는 유서를 쓰고 난 후 뭔가를 빠뜨렸다는 허전함이 계속되었다. 뭐지? 내가 떠나면서 끊어내지 못할 굴레 같은 게 남았나?
그랬다. 내게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평생을 속박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용'이가 남겨지게 된다.
애미 젖을 떼기가 무섭게 떠맡겨지듯 나의 영역 속으로 들어온 똥개 용이.
선하디 선한 눈빛을 가진 착한 개다. 평생을 옭아맨 목줄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꼬랑지를 흔들며 천방지축으로 내달린다. 고작 4미터의 감옥 안에서 말이다.
몬난이 괭이 패밀리들이야 늘 열린 세상에서 사니까 수라상궁 하나 사라진 것 이상의 아쉬움이야 없겠지만, 용이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평생을 묶인 몸으로 살아왔는데, 목줄에서 해방을 시켜 나 먼저 떠나보낸다 하더라도 낯선 세계에 남겨져서 끼니나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는지. 인가를 기웃거리다 돌팔매질이나 당하지 않을는지. 사람이 좋아 다가서다 구박이나 당하며 쫓겨나지 않을는지... 아픈 손가락이다.
묶어놔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좋다고 꼬랑지 흔들어 더 미안하고, 나 떠난 후 낯설고 차가운 세계에 달랑 홀로 남겨질게 미안하다. 인연의 대가 치고는 잔인하다.
빈털터리라 홀가분할 것만 같았는데, 빈 손이라 떠남이 가벼울 줄 알았는데..천금 같이 무거운 속박의 굴레는 오히려 내가 용이에게서 당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조금 더 살아야 하는 핑곗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