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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구 맞은 날!

by 김석철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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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쇠는, 타일러.




"아싸, 오늘은 할랑하게 돈 좀 벌어보자."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만 뺀다면 수월하게 일당을 챙길 수 있는 날이었다. 가뿐한 마음으로 색 바랜 회색빛 철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순간, 아, 낭패다 싶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가 공사 도중 손을 떼고 엿 먹어라고 잠수를 탄 현장이 분명했다. 반나절이면 넉넉히 손을 털 좁은 욕실은 이미 반쯤 일이 시공된 상태였고, 손대지 말라는 압박용 표시로 연장도 몇 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작업 의뢰한 업자에게 현장 상황을 전하고 철수를 하려고 주춤거리는데, 얘기 다 끝냈으니까 걱정 말고 오사마리(마감)를 봐 달래며 사정을 했다. 현장 경험이 짧은 업자 동생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게 실수였다.

 눈에서 번쩍 번개가 튀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날벼락도 이런 황당한 날벼락이 어딨겠나.
 그라인더질 하느라 쪼그리고 앉기가 무섭게, 장정 둘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거리면서 문을 부서져라 꽝 박차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다짜고짜, 무방비로 올려보는 내 싸대기를 사정없이 철썩 올려붙이는 거다. 피할 겨를도 없이 정통으로 볼때기를 처맞고 어안이 벙벙하여 뭐라 반응조차 하지를 못했다.
 "보소! 당신 누구 허락받고 남의 현장에서 이라고 있소!"
  "백주대낮에 이 양반이 돌았나?"

아무리 뚜껑 열려서 눈에 뵈는 게 없더라도 최소한의 앞 뒤 정황 정도는 살펴야 될 거 아닌가.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쌩을 까고서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눈을 홉뜨고 제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며 육두문자를 퍼붓기 시작했다. 여태껏 세상 살면서 당시보다 험악하고 거친 쌍소리는 들어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개차반 그 자체였다.
 주섬주섬 공구들을 추스르며 통화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자발머리없는 시키, 가만히 넘어가면 나는 개다를 몇 번이고 곱씹었다.
 고래고함 중에도 수화기 너머로 이 사단과 연관된 여성의 거반 죽어가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입장 바꿔 나라도 아마 그랬을 줄 모르지..."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이, 시나브로 치민 화가 누그러지 시작했다. 싸대기를 날린 망종 놈의 역겨운 막말은 지칠줄 모르고 이어졌다.

 도적질에도 법도라는 게 있듯이, 막노동판에도 엄연히 상호 지켜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다.
 남의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명함을 돌리지 말 것.
 상담이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계약 당사자인 업자를 통하라고 권해야 한다. 기술자 본인의 명함은 남의 현장에서는 휴지조각 보다 못한 토사물에 불과하다.
 싸대기를 맞은 사례처럼, 이전 업자가 중간에 손을 떼고 중단을 시킨 현장은 가차 없이 돌아 나와야 한다. 계약자 당사자간 포기 각서나 확약서 같은 증빙을 확인하지 않고는 억만 금을 준대도 개입해서는 안된다.
경솔은 했지만, 내가 당한 봉변은 막일판의 기본 룰을 가볍게 생각한 나와 업자의 잘못도 크다.
 작업에 직접 얽히지 않은 타공정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대서는 안된다. 잘했니 못했니 더께를 얹으면 안전화 발에 걷어차일 수도 있다. 무지 아프다.

 현장에 나가보면 니내 할 것 없이 자기가 이 바닥 최고다. 한 성질 안 하는 사람이 없고, 왕년에 한가닥 안 한 인간이 없다.  제 잘난 맛에 사는거다. 알고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알량한 자존심이란게 데체 뭐간데.
 노가다 밥 십수 년에 일로 인해 싸다구 맞기는 또 처음이다. 그나마 돈 떼이는 것 보다는 덜 아프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세상에 별별 또라이가 다 있다. 겁 많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 여기고, 어쩌겠나, 정상인 인간이 참아야지.


 이래저래 별 희한한 꼴을 다 당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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