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막장인생...2.

by 김석철






광부들에게는 두 가지의 금기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라이터 같은 화기는 절대 반입불가다. 무색무취의 메탄가스가 자폭 암살자처럼 목숨을 노리며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휘파람을 부는 일이다. 싸대기가 남아나질 않는다. 갱도를 지탱하는 동발이를 과거에는 나무를 사용했다. 오래전부터 철재빔으로 교체가 되었지만, 긴 세월 각인 된 미신 같은 금기는 여전히 굳건하다. 탄광이 붕괴할 때 전조현상으로 버팀목인 동바리가 뒤틀리면서 흡사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낸다. 뭘 모르는 신참들은 조인트 몇 방 호되게 까이고서야 비로소 광부의 일원이 된다.
갱의 붕괴, 가스 폭발 사고는 잊힐만하면 뉴스에 소개가 되어 일반인에게는 익숙한 사고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물통 사고'라는 대형 사고가 있다. 그나마, 근래엔 측량 장비와 기술이 발달해 물통사고 사례는 들리지 않는다. 지하에는 지하수를 담고 있는 거대한 동공이 있는데, 탄도를 뚫으면서 약한 부분이 터져 좁은 갱도에 가공할 위력의 수압으로 피해를 안기는 사고다. 석탄과 뒤엉킨 진창에서 시신이나 사고 수습을 한다는 건... 손 놓고 기다리는 거 외엔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호사다마라고 이 위험천만한 물통 근처에서 탄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통에, 쫄딱구뎅이 탄광에서는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탄광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꼬리를 문다. 문제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사고수습반이 현장에 도착, 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막장 인생의 드러나지 않은 맹점 중의 하나다.

얼굴을 비롯 한 온몸에 다이너마이트 파편이 박혀 만신창이 흉터를 내보이던 사람 좋던, 웃을 때 새하얀 이빨이 유난히 반짝이던 형님이 그리워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멈추어 선 포장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