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다 내어주고 산 인생인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는 건지. 마음과 달리 더 많은걸 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일까?
어머니의 입버릇은, '미안'하단 말이다. 걸핏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신다. 정작 미안해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조심해라."
협박이 아니다. 그저, 차 조심, 건강 조심, 일 조심.. 세상 걱정이란 걱정은 다 찾아다니면서 한다. 사서 한다. 어머니의 두 번째 입버릇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서투니 계면쩍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일 테지.
내 아버지는 애정의 표현 방식이 늘 투박하고, 답답했다. 애정의 표현뿐만 아니라, 모든 오욕칠정의 감정을 드러냄이 한결같았다. 그나마 가끔씩 막걸리 몇 잔에 내지르는 고성방가가 누르고 누른 감정의 분출구였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도 보나 마나 마찬가지였을 테고, 삶의 무게를 이어온 것처럼 감정의 억누름도 상속이 된 것이다.
내 어머니의 입버릇인, '미안과 조심'은 어쩌면 딱 한 발짝만 더 나아간 '사랑'의 완곡한 표현이리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데는 이 세 마디면 족하단다.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마워할 줄 모르면, 세 개 얻어먹을 거 하나도 못 얻어먹는다. 사랑할 줄 모르면, 사는 게 앙꼬 없는 찐빵 마냥 맹숭맹숭해진다. 미안해할 줄 모르면? 그냥 개잡놈이 되는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미안'하단 말이 입에 붙기 시작했다. 설마, 나이가 포개지는 숫자만큼 개잡놈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건가?
돌아보면 온통 미안한 거 투성이다.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서툴러서 미안하고, 뭘 몰라서 미안하다. 모든 게 미안하다. 엄마랑 같이 늙어가는 게 확실하다!
아름다운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