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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포에서...

by 김석철

시방 방파제에는 조개 캐는 아낙이 있다.


가깝다는 이유로 가끔 덕포 해변에 들러 소일하는 걸 즐긴다.


금방이라도 비가 흩뿌릴 것 같은 찌푸린 하늘,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모처럼 덕포해변을 찾았다.
빨간 날이라 그런지 우중충하고 다소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 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한 꺼풀 벗겨보면 사연 없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적어도 해변의 풍경은 한결 같이 평온했다.
가끔 땡깡을 부려대는 꼬맹이들이 엄마와 소소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미소를 자아낸다. 참느라 애써는 엄마의 표정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남들의 보는 눈이 있으니 제 성질껏 등짝을 패거나 언성을 높이지는 않지만, 표정으로 미뤄봐서는 너 이따 집에 들어가면 죽었어라는 무언의 의지가 뚝뚝 묻어난다.
너 이노무 짜식! 엄마 말 안 들으면 할배가 잡아간다.
화들짝 놀란 꼬맹이가 병아리처럼 땡깡을 부려대던 엄마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후다닥 파고든다. 애들은 지지고 볶아도 역시 엄마가 최고다.

곧 덕포해변으로의 걸음은 어려울 성싶다.
저 바다 건너편 아득히 자리 잡은 장승포구를 볼 일도, 해변을 어루만지는 파도와 포말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싶어 마음 한 켠이 답답하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파제를 조성 중이었다. 나는 허락해 준 기억이 없는데...
건너편 바다는 한 뼘 겨우 열려있다. 파도는 막겠지만, 막히는 파도만큼이나 마음도 막힐 게 분명하다.

자르고 막는 게 뭐가 그렇게 좋은 거라고, 바다를 자르고 산을 썽둥 베어낸다.

방파제에 갇힐 좁디좁은 덕포바다가 벌써부터 질식으로 헐떡인다. 내 조촐한 휴식도 덩달아 숨이 막혀온다.

덕포는,
또 다른 추억거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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