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연두 Nov 27. 2024

[당근이야기] 1. 봄밤의 다이아몬드

이미지 출처 : 알라딘




[ 2024.11.02 ] 1. 당근 이야기 : 봄밤의 다이아몬드



2024년 3월 말, 휴대폰에 당근 마켓 앱을 깔고 중고물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전 30대 초반에 옥션에서 "뜻밖의 발견"이란 이름으로 물건을 판매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당근에서는 직거래를 해야 되는데,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려울 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며 미니멀 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필요치 않은 것들을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나눠주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처음에는 오래되고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10가지 정도 올렸다. 최저 3천원, 최고 1만원으로 물품 가격을 정했고, 직거래 장소는 집 근처의 역이나, 시장 앞으로 했다. 더불어 시간은 가능한 5-6시 이전으로 잡았다. 물건을 올려놓고 보니, 각각의 것에 관심 하트가 여기 저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저씨께서 채팅으로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유명한 책 "총, 균, 쇠"였다. 내가 오래 전에 읽고 나서 알라딘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 리뷰를 올린 '구판책'이었다. 만나는 장소는 시장 앞이었는데, 시간이 문제였다. 아저씨께서 퇴근하고 차로 오면 거의 8시가 넘은 시간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가능 시간을 5-6시로 했는데, 거절하려다가 첫 나눔을 잘 끊기 위해 결국 그때까지 기다렸다.


  봄밤, 8시가 다 되어 차로 오신 아저씨께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건네드리고 현금을 받았다. 아저씨는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렇게 책을 받으시고 돌아가시는 길에 당근으로 후기를 보내오셨다. "책 잘 읽겠다고."


아저씨와 인사를 주고 받으며 그 만남의 첫 반짝임이 봄밤을 환하게 비쳐주는 것 같았다. 

마치 "봄밤의 다이아몬드처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