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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Nov 27. 2024

[ 당근이야기] 2. 꽈배기 고로켓




[ 2024.11.04 ] 2. 당근 이야기 : 꽈배기 고로케



10월 초, '센터폴 여성 빨간 털모자'를 당근 앱을 올렸다. 그 다음 날, "모자 구매"라는 채팅 연락이 왔다. 직거래로 내일 오후 5시에 가능한 지 물어보는, 누군지 모르는 구매자 분께 시장 앞에서 뵙자고 일단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또 다시 채팅 문자가 왔다. 어른이 쓸 건데, 괜찮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뭐지, 갸우뚱하면서 여성 어른이 쓰는 털모자라고 답해 드렸다. 그러자, 시장 반대편 건널목에 있는 "꽈백이집"에서 봐요.라는 답문이 왔다. 그때 생각했다. 아! 어르신이구나. 라고.


당일, 구매자 분께서 낮에 연락이 왔다. 5시에 나올 때, 잔돈 7천원을 준비해 나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중고 모자 값이 3천원인데, 거스름 돈을 준비 못하셨다고. 나는 가능하다고 답하고 집 근처 은행에 가서 잔돈을 바꿔왔다.만나 뵙기 1시간 전, 또 다시 문자가 왔다. **할머니인데요. 밖에서 일하는 동생이 써도 되는 모자인가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성인 여자 분들이 쓰시는 모자에요."라고 재차 대답해 드렸다. 


5시, 10분 전 나는 시장 앞, 꽈배기 고로케집으로 먼저 가서 기다렸다. 빨간 털 모자를 봉투에 넣은 채.... 바로 앞 건널목에서 이쪽 저쪽 서성였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내게 먼저 다가와 주셨다. 바로 그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사 드리고 봉투에 담긴 빨간 털 모자를 보여 드렸더니, 할머니께서 "괜찮네. 잘 어울리겠네. 좋아하겠어."하시면서  웃으시고는 돈을 주셨고 난 잔돈을 드리며 곧 헤어졌다. 


그런데 그 때 그 만남이 왠지  "꽈배기고로케" 의 맛처럼 느껴졌다.  돌아가신 친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의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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