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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루 Mar 27. 2024

누구에게도 청첩장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을 결혼식 - 프롤로그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달 전에도 결혼식에 갔으니 그분께 청첩장을 드렸다면 인지상정으로 와주셨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실음과 지인이 있어 용돈벌이 하시라고 청첩장을 드린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딱 한 명. 업체로 의심받을만한 상당한 실력자를 축가로 대동했을 뿐이었다. 이걸 줬다고 해야 할지도 애매하다.


나는 지인의 결혼식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지인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런 것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의 어려움과 궁색함이 눈에 들어왔다. 대놓고 푸념하며 웨딩홀 식대가 얼마인지 검색하고 왔다는 분까지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세상살이에 지치고 어려우면 저러실지 마음 한구석이 짠해왔다.


요즈음의 청첩장은 단연코 축의금이라는 개념이 따라붙는 용어가 되었다. 축하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물론, 말들이야 축하들을 하겠지만 속으론 돈 나갈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참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까지 그분들의 근심을 보태드리고 싶진 않았다. 청첩장이 웃음 아닌 한숨이 되는 시대에 내가 뭐라고.


회사야 휴가를 써야 하니 상사께 보고용으로 제출했을 뿐 그 외 다른 직원에게도 청첩장은 주지 않았다. 그렇게 다가온 결혼식. 주변에 내가 결혼하는 걸 아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결혼 후에도 굳이 먼저 결혼했다는 얘기를 나서서 하지 않았다. 나는 말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것이 상대를 속였다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해 당황스럽기도 했다.


"왜 속이셨어요?"


실제로 같은 모임에 다니던 남성 분께 들었던 말이다. 임신 중이고 배도 차오르고 있어 자연히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다. 순간 내가 상대를 속인 건가 싶어지기도 했다. 청첩장을 주지 않았고, 비혼과 딩크가 대세라는 사람들 앞에서 내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흐름을 끊는 것으로 판단해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임신 얘기도 어쩌다 나왔다)


그때 그냥 청첩장을 줬어야 했던 걸까? 코로나라 청첩장 주는 사람들을 민폐라 몰아붙이던 시기이긴 하나 그럼에도 결혼한다는 공표의 의미로 주는 것이 맞았을까? 


혹시라도 지인에게 청첩장을 받아 한숨이 나오는 분이 있다면 그냥 결혼한다는 일종의 표시로 주는 걸 수 있으니 가볍게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축하를 전하고 받아야 할 청첩장이 근심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다. 



*이전 글을 아쉽게 삭제했다. 먼저 쓰고 여기 옮겨담을 예정이었는데 이미 만들어놨던 매거진만 뜨니 할 수 없었다. 라이킷을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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