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하나의 마을이다.
저녁 7시쯤 전화가 온다.
노점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다.
“삼촌, 닭강정 두 개.
양 많이 줘.”
짧고 익숙한 주문이다.
나는 “네”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담는다.
닭강정도 넉넉히,
치킨무도 두 개,
콜라도 두 개.
괜히 더 챙기게 된다.
밤 9시가 되면
할머니는 노점을 정리하고 가게에 들른다.
봉투를 받아 들고는 꼭 한마디를 한다.
“삼촌, 양 많이 넣었수꽈?”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네, 많이 넣었어요.”
그 말이 오가고 나면
할머니는 만족한 얼굴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할머니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5년을 봤다.
같은 시장에서,
거의 매일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도
할머니의 식구가 몇 명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몇 개 드릴까요 물었다.
“네 식구가 먹는다.”
그제야 처음 알았다.
5년이 지났는데,
나는 그 사실 하나 몰랐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자주 보고,
익숙하게 말하고,
서로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양 많이 줘”라고 말하고,
나는
말하지 않아도 더 담는다.
이 관계는 무엇일까.
정일까,
습관일까,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일까.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해도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