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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태만상

무적

이른 아침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자글자글한 노파의 얼굴엔

소식 전할 적이 없어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고랑 깊은 주름엔 세월의 고단함만 있을 뿐

고통을 얘기할 사랑했던 누군가는 지금, 이 세상엔 없는 듯하다.

노파의 눈에 눈물대신 세월의 무상함만 보인다.

(응급센터 앞에서)




절망 또 다른 희망

보호자 대기실 바닥에 젊은 여인의 무릎이 꿇려 있다.

벌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 여인의 상체는 의자에 기대어 있는 어린 아들의 갸냘픈 무릎 위에

포개어져 있으며 떨리는 어깨와 신음 섞인 하소연 속엔 깊은 절망이 베어있다.


하얀 커튼으로 장막이 쳐 있는 침대 끝으로

누워 있는 남자의 노랗고 생기 없는 발이 들썩이고 있다.

그리고 침대 주변으론 긴장감과 기대감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이들이 이별을 준비하는 듯하다.

정작 여자와 남자의 안중엔 이별할 생각이 전혀 없음이 분명해 보이지만

조만간 이별의 고통과 어둠이 깊은 절망과 또 다른 희망을 가져올 듯하다.

(응급센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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