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태도는 올바른 걸까?
해리포터 영상을 본 지 1시간이 흘렀다.
“그거 보고 꺼~”
“응, 알겠어.”
나는 정후와 약속을 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가가 말했다.
“이제 꺼야 해.”
그런데 정후는 내 손을 밀치고, 다른 걸 누르려 했다.
또 시작인가.
나는 어김없이 말했다.
“멈춰.”
정후는 내 말에 멈췄다.
하지만 “또~ 왜~” 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태도를 밖에서도 보인다면? 선생님이나 어른들 앞에서는?
나는 이 태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차가운 톤으로 다시 말했다.
“멈춰.”
내 말의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정후는 빠르게 패드를 껐고,
트램폴린 위로 올라가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투덜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불렀다.
“다시.”
군대를 다녀오진 않았지만, 조교처럼 단호하게
“다시”를 반복했다.
정후는 나에게 다시 왔다가,
다시 트램폴린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서 장난기와 불만이 뒤섞인 표정이 느껴졌다.
가볍게 웃기도 하고,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나는 그런 정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서, 뭘 실수했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혼내기보다는,
혼날 때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할 시간이다.
정후는 혼이 날 일이 많은 아이는 아니다.
하지만 드물게 혼이 나면, 회피하는 행동을 한다.
말을 돌리거나, 얼굴을 기댄다거나, 몸을 피한다거나.
내가 특별히 그렇게 가르친 적은 없지만,
정후는 낯설고 불안한 상황에서 스스로
‘숨기’나 ‘기대기’ 같은 반응을 선택한다.
그걸 보며 알게 된다.
이 아이는 감정을 숨기거나 기대고 싶어 한다는 것.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에 깔려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숨는 건 하지 말자.
실수를 했을 땐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서 나는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말했다.
“일어서. 다시.”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하고 나서야,
정후도 감정이 진정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눈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마침내 말한다.
“패드를 끄기로 했는데... 다른 걸 다시 켜려고 했어요.”
“또 있어?”
나는 습관처럼 되물었다. 마치 추궁하듯이.
사실 나는 ‘또~ 왜~’ 같은 짜증 섞인 말에
마음이 더 상했었다.
정후는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 말투가 어떤 감정을 자극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정후야, 엄마는 네가 ‘또~ 왜~’라고 말했을 때,
기분이 정말 나빴어. 상처받았어.”
정후는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눈엔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조금만 더하면 넘칠 것 같은, 묵직한 눈물.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정후야.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해.
그래서 너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잡아주고 싶어.”
“너가 예전에 엄마도 소리 지르는 건 잘못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엄마는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어.
소리치지 않고 너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어.”
그리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혹시 오늘, 엄마가 잘못한 게 있다면 말해줄래?
그럼 엄마도 고칠게.”
정후는 말없이 다가와 나를 안았다.
나도 정후를 꼭 껴안았다.
“사랑해.”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서로를 감싸 안은 채 조용히 진정되었다.
사실 오늘 내가 반복해서 말했던
"다시"는
정후에게 훈육이었을까, 아니면 강요였을까.
돌아보니, 아이의 감정보다 행동을 고치는 데 더 집중했는지도 모르겠다.
정후는 내게
“엄마도 잘못했어”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아이의 눈에 비친 나는 어땠을까.
엄마는 조용했지만,
분위기는 무겁고 무서웠을 수도 있다.
다음엔, 정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후야, 지금 엄마는 너한테 왜 다시 와달라고 했는지 설명해줄게.
그런데 너는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먼저 꺼내보는 대화를
조금 더 일찍, 부드럽게 시작해보고 싶다.
아이도 실수하고, 나도 실수하면서
우리는 함께 배우고 자란다.
오늘은 조금 단호한 엄마였지만,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엄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