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선물

넷째

by 천소희




아이 네 명을 낳는 것.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학창 시절 내 마음속 깊은 소원이 있었다.


그런데 셋째까지 연이어 아프게 태어났고,
사람들은 “너희는 애 낳을 때마다 아픈데 왜 계속 낳느냐”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 말은 내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고, 결국 남편은 정관수술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뒤 의문이 생겼다.
‘건강한 아이만 낳을 자격이 있다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걸까?
그렇지 않다면, 왜 나는 그 말에 멈춰야 하지?


기도하고 말씀을 붙들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확신하게 된 것은, 하나님은 약하고 아픈 자를 긍휼히 여기신다는 사실이었다.
그 아픔이 예수를 만나는 통로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복이 아니겠는가.


또한,

건강한 아이만 태어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든, 언제든,

다양한 어려움을 안고 태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내가 가르쳐야 할 것은,
서로의 짐을 함께 나누고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그 속에서 약한 자를 돌보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이 어려움을 안고 태어났지만,
그 속에서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
또한 그 아이들이 장차 세상의 약한 자들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게 맡겨진 엄마로서의 사명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았다.
‘넷째를 낳고 싶은 마음은 단순한 나의 욕심일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일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혹시 아프더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난이라면 결국 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은 허락하지 않으신다.”


그 결심으로 남편은 정관복원술을 받았다.





회복기가 끝난 바로 그 달, 우리는 임신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무리한 시간을 보낸 뒤, 피가 흘렀다.
아직 아기집 정도였던 생명이었지만,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유산된 아이는 약하고 아팠을 거다”라는 위로에도
나는 내 몸을 돌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다짐했다.
“만약 다시 찾아온다면, 그땐 내가 몸을 잘 지키겠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금세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임신 기간 내내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혹시나 유산되진 않을까, 사산되진 않을까...
걱정은 끝없이 이어졌다.


마침내 기형아 검사를 하는 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젤이 배 위를 스칠 때,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입술은 매끈했다.
아이는 양수를 꿀꺽 삼키며 입천장까지 멀쩡함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세 명이나 연속으로 아픈 아이를 낳았던 내게
이 시간은 기적 그 자체였다.

다른 이들에겐 당연한 하루일지 몰라도,
나는 넷째의 하루하루를 보며 매일 기적을 만났다.






그 아이는 선물이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도 “안 아픈 아이를 키워볼 기회”를 주신, 예상치 못한 은혜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건강한 넷째만이 선물은 아니었다.
아픔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 또한 나에게는 크고 소중한 선물이었음을 안다.
그 아이들을 통해 나는 약함을 품는 법을 배웠고,
연약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깨달았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삶의 선물은 언제나 내가 기대한 모습으로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어떤 선물은 웃음으로, 또 어떤 선물은 눈물로 찾아온다. 하지만 결국 모든 순간은 나를 빚어가는 은혜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아픔 속에서도 웃음을 준 아이들,
눈물 속에서도 사랑을 가르쳐준 아이들,
그리고 기적처럼 다가온 넷째까지.
내게 소중한 네 아이를 선물로 받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억한다.
그 선물은 내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 손에 잠시 맡기신 귀한 생명들이다.
나는 청지기로서 그들을 품고, 돌보고, 사랑하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내게 기쁨이자 도전이고, 위로이자 훈련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부모라는 이름을 배웠고,

“아이는 내 소유가 아니라 나에게 맡긴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든 순간이,
웃음 속에서도, 눈물 속에서도,
결국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