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을 편지

1. 다나에게

by 평양이디엠
1_크리스마스엽서.jpg

10년 넘게 꾸준히, 한결같이 차가운 김다나


넌 여전히 싸가지없어서 좋아.

네가 내 그림으로 타투 하고 싶다며 그림 그려달래서

기쁜 마음으로 만년필 들고 이것저것 끄적여봤어

근데 넌 잉크 나오는지 테스트하려고 찍 그은 선, 그걸 하겠다고 하더라

네 몸인데 뭐. 나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했지


우정 타투인데 같은 거 하자고 고집부리지 않는 시니컬한 면이 좋아

우리가 서로 배려한답시고 같은 그림 추려서 새겼으면 후회했을 거야.

싸워서 사이가 나빠질 일 없겠다 싶어 이제서야 타투 한다는 것도 좋아

어설픈 시절을 너와 함께 보내서 좋아

가장 값비싸고, 바빠야 하는 시기에 어설픈 방황을 하느라 낭비했던 시간들도 좋아

너는 보라색 나는 분홍색. 같은 폴더폰 쓰다가 지금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까지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성인이 된 것도 좋아


다음 그림은 네가 그려줘 그때도 알아서 하고 싶은 거 골라서 새기자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것처럼 같은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낭비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