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미물이 되어보자
<8>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미물이 되어보자<8>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미물이 되어보자
<8>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미물이 되어보자
<8>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미물이 되어보자
우리는 오늘내일하는 가난한 여행객이기 때문에 거대한 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동은 풀 먹는 하마라 샐러드를 먹었다.
그라나다 대성당
놀랍게도 학구적인 나.
르네상스 양식 건물의 시조 격인 그라나다 대성당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났다.
빛이 내려오는 제단의 웅장함에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가만히 앉아 지켜보니 위압감에 숨이 막혔다.
그곳은 너무나도 거대했고, 한 점 한 점 세밀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신이 인간의 손을 빌려, 만족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공간이 나를 눌러왔다.
더불어 이를 만든 이의 이름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도 무서워졌다.
이렇게 대단한 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구나,
이렇게 경외심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든 이의 이름도 우리는 모르는구나.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스쳐 지나가는 존재이며,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대단한 것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죽겠지?’
세미 불자인 나와(불교하고 하기엔 절에 자주 가지 않는다.) 놀랍게도 독실한 기독교인인 동
우린 종교에 대해 무거운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오랫동안 성당을 떠날 수 없었다.
그라나다 대성당은 나에게 묵직한 감상을 남기고,
언젠가 내가 천주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남겼다.
아침에 우리는 거의 등산을 했다. 알 함브라 궁전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오르고 또 올랐다,
알 함브라궁전은 최소한 2달 전에는 날짜를 정해서, 티켓을 사야만 구경할 수 있는 관광지인데
그라나다에 갈지, 저 먼 발렌시아에 갈지 아무 계획도 없이 그라나다에 오게 된 우리는 티켓을 당연히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멀리서 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전망대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는 집시들의 거리가 있었고, 거기서 낙타 가방을 두 개나 샀다. 사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엄마 아들이자, 내 동생이라 생각하는 고양이와 사는 내가, 낙타의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소비하다니
사놓고 나니 내 멍청함과, 어불성설 한 모습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쓰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애초에 소비한 것이 잘못이다.)
셰퍼드 주인을 볼 때 느꼈던 마음을 내가 가져도 되는 걸까?
토끼, 햄스터, 강아지, 고양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만,
소고기를 소비하고 앙고라 니트의 최저가를 검색하는 나.
동물과 가축의 경계를 분명히 그어놓고 가축의 죽음과, 학대에는 큰 감정을 쏟지 않으며,
선택적으로 동정심을 느끼는 잔인하고 멍청한 내 모습에 반성을 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