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스페인 여행기09

<9> 케이걸들의 인기란-매일 실패하는 이들의 여행

by 평양이디엠

<9> 케이걸들의 인기란-매일 실패하는 이들의 여행


아름다운 언덕을 오르며 목이 마를 때마다 샹그리아를 마셨다. 술로 더위를 씻어냈다.

거의 탈진할 때쯤 내려다 본 풍경은 스페인에서 여러 번 말했듯 감히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었다.

장관, 절경이란 단어도 담아낼 수 없다.


유럽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시켜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이 보였다.

그리고, 그늘에서 풍경을 그리다 아름다운 여성분을 만났다.

그분도 여행객이었는데 사과를 베어 물며 웃는 모습이 너무 환하고, 평화로워 보여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도 되는지 물은 뒤 그림을 그렸다.

나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더러워지고 구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그려냈다.

빛이 나는 환한 미소를 다 담아내고 싶었지만 은은한 분위기 정도 그려낸 것 같다.

다 그리고 보여드리니 굉장히 기뻐하며 사진을 찍어가셨다.


아름다운 곳에서 눈이 부신 사람을 그리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다.

동은 “스파게티!, 면” 노래를 부르는 날 위해 한발 양보하며

스파게티와 이베리코 돼지고기 요리를 먹었다.

글루텐만 먹으면 금세 너무 행복해진다.

밥을 먹는 내내, 아니 오늘 하루 종일 광장에서 한 무더기의 학생들이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사는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의 아이돌 음악이 광장에 울려 퍼지고,

화양동에서 유명한 관종들인 우리 둘의 가슴이 일렁이고 있었다.

밥을 먹고 우린 그 아이들에게 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들은 우리를 거하게 반겼다. 우리가 돈을 모아서 스페인에 온 것처럼

본인들의 꿈은 돈을 모아 한국에 가고, 콘서트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동과 내가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과, 그라나다 대성당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들은 단호하게 휴대폰에 있는 한국의 미래적인 거리, 코엑스, 공연장, 고궁 사진을 보여주었다.

동과 내가 한국에 살며 매일 마주하는

요란하고, 화려한 거리들을 꿈꾸는 이들이 이역만리 타국에 이렇게나 많다니!

내 멋대로 내 고향 수원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나는 핸드폰에 있던 화성행궁, 행궁동, 팔달문,

방화수류정 사진을 늘어놓았다.


훈훈하게 돌아가면서 뭔가 아쉬웠다. 우리의 관종 이력이 빛을 못 발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더 얘길 나눴다. 애들이 노래를 불러달라 해서 블랙핑크 노래를 부르고,

신청곡을 받아서 노래를 계속 불러줬다.

몬스타 엑스, 엑소 등등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아이돌 그룹도 다 안다고 얘기하고,

들어본 멤버 이름 말해주면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미안해…


아이들은 우리를 코리아에서 온 사도처럼 바라보며, 눈을 빛내더니
영광이라는 듯 인스타 아이디를 물었고,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달라 했다.

‘별거 아닌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관심받다니!’



기분 좋아진 동과 나. “우린 방탄소년단의 진과 같은 학교다.(학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음)”,

“지하철역에만 가면 아이돌들 생일 광고, 축하 광고 매일 본다.”

등등 별거 아닌 얘기지만 그들의 관심을 살만한 얘길 쏟아냈다.

그리고 한국에서 지하철 광고를 보면 찍어서 DM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소재는 흘러 흘러 그라나다에 있는 한식당, 불닭볶음면 등등

케이팝 말고도 전반적인 한국 문화로 흘렀다.

새삼 케이팝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음악과, 가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으로 여행 가는 것이 꿈이 된다니. 사진을 다시 찍고 우린 다시 걸었다.


성당 돌바닥에 앉아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 그 속에 섞여 노래를 부르며 앉아있다가,

기대서 별을 바라봤다.

평생 품고 살 행복한 순간들을 가슴에 새기고, 눈에 새겼다.

그리고 숙소에 와서 알함브라 궁전 취소표를 사는 티켓팅을 하는데 역시 우린 실패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싸다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잡은 호텔은 낮에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방이었고,

다음 숙소 예약도 실수해 피 같은 돈이 나갔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복학하는 동이의 수강신청도 실패했다. 3학점밖에 신청 못한 동.

누워서 동이에게


“우린 계획도 없는데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간다면 그게 더 이상 하지 않아?”


라고 물었다.

이 말이 동이에게 위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이는 명언이라며 다이어리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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