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인가 보다
오늘도 고시원이 시끌시끌하다.
왜 이렇게 조용하게 지나가나 했다. 이제 다가올 겨울에 사람들 하나둘씩 들어오고 이젠 빈방이 드물게 그 많던 고시원 방들이 채워졌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법. 조용하게 게임하고 있는데 방문 너머로 욕설이 들려왔다. 이유야 모른다. 그냥 확률에 의해서,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이따금씩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감히 예상해보자면 옆 방에 기침을 심하게 하는 아저씨가 산다. 벽이 얇아 소음에 취약한 고시원 특성상, 울리는 기침소리에 벼르고 있을 사람이 한두 명은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또 감히 예상해보자면 요즘 밥이 항상 부족하다. 원래 원칙대로라면 밥통에 밥을 마지막으로 먹은 사람이 쌀을 씻고 새 밥을 해놔야 하지만, 워낙 새로 들어온 사람도 많고, 새로 바뀐 관리자도 거의 관리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 새 밥을 안 해 놓는 게 더욱 흔해진 상황이다. 전에 관리자 분께서는 친한 몇몇 사람들과 같이 고시원을 관리해 나갔다. 덕분에 매일 국도 바뀌고 밥통이 한참 동안 비워져 있을 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작은 거 하나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서, 입주자들은 조금씩 불만이 쌓여가는 단계인 거 같다. 관리자의 부재 덕분에 이런 사소한 불만은 입주자들끼리 해결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점차 규칙도 없는 고시원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 경찰에게 대든 사람도 제대로 내쫓지 못하고 있고, 이러다 사람들 다 나가는 거 시간문제다. 전에도 그랬다. 전이랑 다른 점 한 거지는, 전에는 관리자가 그나마 노력해서 어느 정도 구멍 난 배를 열심히 메우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손 놓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사실 남이야 어떻게 되는 나랑 상관없는 예기이지만 내가 왜 관심도 없는 남 걱정을 하나면, 남 예기가 아니라서 그렇다.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 왜냐면 내가 이 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스펙터클한 고시원 생활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야 방문 꼭 닫고 게임이나 즐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