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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살인마.

by 서온

보통은 뻔한 메세지뿐이었다.

"여자인가요? 여자면 저랑 섹스도 가능한가요?"

"이런것좀 개시 하지마세요 신고합니다"

"진짜 할일 없어보이네요."

소모적이고, 가벼운 말들, 지겨울 만큼 반복되는 패턴들의 메세지.


하지만 그날의 메세지는 달랐다.

"만나고 싶어요. 그쪽이 궁금합니다"


나는 당황해서,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시간과 장소를 보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너무 평범한 얼굴이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상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얼굴.

하지만 그의 눈은 이상했다. 감정이 없었다.

아니, 감정이 너무 많아서 죽어 있는 눈 같았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충동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나는 말이 막혔다.

그저 그를 응시하며, 침묵 속에 머물렀다.


"처음엔 동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였습니다. 약을 탄 물을 마시게 하고, 의식을 잃자

칼로 찔렀습니다. 잡힐 줄 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 후론 사람을 볼 때마다 머릿속이 울립니다. 너는 못 견디겠습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 의뢰자 구나.'

"어떻게 죽여드릴까요? 저는 총이 있습니다."


그가 답했다.

"뭐든 상관 없습니다 그냥 죽여주세요."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이나 저에게 다른 부탁같은것은 없습니까?"

나는 그가 나에게 죽음이 아닌, 다른 부탁을 하기를 내심.. 진심으로 바랬지만,

예상 처럼 빗나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 한마디 뿐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대로 총을 들고 그의 머리를 겨눴다.

방아쇠를 당겼고, 탕!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검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나는 쓰러진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였어."


그제야 나도 내가 끝내야 할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총구를 내 머리에 갖다대었다.


방아쇠 위 손가락이 떨렸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 이 일을 계속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 인간 나부랭이라, 총구가 머리에 있으니 두려웠다.


그래도 나는 웃었다.

조금이라도 말성이면, 살고 싶어질까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찰나 나는 당겼다.


총성이 다시 울렸고, 세상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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