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건 좋은거야.

습기.

by 서온

2022년 6월 15일 / 서울 구치소 접견실


최형사: 오랜만에 이렇게 찾아왔어요. 많이 바빳습니다.


정다훈: ... 아닙니다. 저라는 사람을 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다훈"

그는 17명의 남성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 이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으로 같은 반 남학생을 죽였다.고등학생 다훈은 산성용액에 동물의

사체를 녹여 뼈를 수집하는 등 죽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과 힘겨운 학교생활로 다훈은 폭력적인 충동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 욕망은

살인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졌다.


최형사: 식사는 하셨어요?


정다훈: 네, 형사님은요?


최형사: 저도 먹고 왔습니다. 요즘은 무슨생각을 하고 계세요? 아직도

그림을 그리세요?


정다훈: 요즘은, 제 손에 죽어나간 사람들에게 애도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 한번씩

예배에 나가서 꾸준히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림은 아직도 그리고 있습니다.


최형사: 저번에는 교도관들 실사를 그리셨는데, 요즘도 실사를 그리시나요?


정다훈: 안그래도 형사님 보여주고 싶어서 그림을 가지고 왔어요. 보여드릴까요?


최형사: 보여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정다훈:(그림을 보여주며)요즘은 사람 뼈 그림에 관심이 많이 가요.

보통은 교도관님들을 유심히 보고, 상상 속에서 그들의 뼈를 재구성 해요.

보시면 같은 뼈라고 해서 다 같지가 않고,

다 다릅니다. 차이가 보이세요?(그는 살짝 흥분했다)


최형사: 그렇네요. 차이가 보입니다. 이분의 뼈는 굵게 그리셨네요? 이유가 있나요?


정다훈: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인데, 제가 봤을때는 이 교도관님은 근육질 몸이 였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골격도 두껍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뼈도, 결국엔 성격이 있어요. 착한 사람의 뼈는 유리 같고, 나쁜 사람의 뼈는

칼날 같죠."


최형사: 섬세하시네요.


정다훈: 신기한게요. 요즘에 저는 매일 꿈을 꿉니다.


최형사: 무슨 꿈을 꾸세요? 꿈에 내용이 궁금하네요.


정다훈: 예배를 드린 첫날 부터 저의 꿈은 연결이 됬어요. 첫날 꿈은 제가 처음으로 죽인

같은 반 남학생 꿈이였어요...(잠시 뜰이들인다) 잠시만요.


최형사: 네, 천천히 하세요.


정다훈: 왜 자신을 죽였나며,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다행히 저에게 다그치지 않고,

조용하게 물었어요. 저는 대답했죠. "너를 죽이지 않으면, 너는 내 곁에 있지 않을거니까."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 친구가 저에게 말했죠. "병신 같은 새끼, 끔찍해. 너라는 존재 자체가."

그리고 꿈에서 깼습니다. 꿈에서 깨니 저는 울고 있었어요. 눈에 눈물이 흘려내렸거든요


최형사: 그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어땠어요?


정다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렇게라도 저에게 욕을 해서 조금이라도

풀리면, 저는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용서가 절대 안되는거 압니다.

그리고 좋았습니다. 그렇게라도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요. 저는 너무 외롭습니다.


최형사: 그때도 저에게 외롭다고 했죠. 다훈씨에게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다훈: 사랑, 너무나 갖고 싶지만 영원히 저에게 허락되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람의 뼈는 영원히 존재해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람의 뼈는 오래도록,아니 평생 남죠.


최형사: ...그렇네요(조금 놀랐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았다)


(정다훈은 이런 내마음을 알아차린 마냥)


정다훈: 형사님도 방금 제말에, 놀라셨나요? 제가 더럽고 추악하게 느끼셨어요?


(교도관들은 살짝 흥분한 정다훈을 보고 긴장한다)


최형사: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다훈: 그럼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형사님에게 사랑은 어떤거에요?


최형사: 사랑은.. 저에게 아름다운 형벌 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것들이 감춰져 있거든요.


정다훈: 만나는 사람은 있어요?


최형사: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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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급히 신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연우가 말했다.

"오늘도 그들을 만나러 가는거야?"


"응, 만나기로 약속했거든."

"오늘은 누구와 면회를 하는데?"

"정다훈"

"아, 다훈씨.. 너가 저번에 말했던 그 사람?"

"대화가 많이 외롭겠네."

"응, 그럴꺼야."


"외로운건 좋은거야."

"다녀올게."

"다녀와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줘.

너무 궁금해."

"응,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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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최형사: 외로운 사람이에요. 정다훈 씨 처럼. 마침 오늘 다훈씨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녀가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외로운 대화가 되겠네, 외로운건 좋은거야." 라고요.


정다훈: 그 여자분도 저와 다를게 없네요. 외로운게 좋다니..


최형사: 그쵸..?이상한 여자죠..? 저는 그 이상함에 끌려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다훈씨 말이 맞습니다. 저도 그녀도 다훈씨와 다른게 없는 인간들 입니다.


정다훈: 오늘은 꿈 꾸지 않고, 푹- 잠에 들 수있을거 같아요.


최형사: 좋다는 건가요?


정다훈: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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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 미치도록 외로운 사람.

뼈가 영원하다, 말하는 사람.

살인마라고 해서 감정이 정말 없을까..?

사람은 같은 사람이라 해서 이세상에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라는 자체가 같을뿐, 우리는 모두의 고유를

지니고있다


살인마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살인마는 감정이 결여됬다면, 정다훈은 감정이 넘치다 못해,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살인을 한다.


그는 사랑이란걸 너무 하고싶지만, 사랑이 사라지는것을

극도로 두려워 한다.

또, 그에 외로움은 보통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차원이 다르다.

전염된다. 그래서 나는 정다훈을 만나고 일주일동안은 맨정신으로

살 수 없게 된다. 정다훈 그 자체로 살아지기 때문에,

그래서 안다. 그가 얼마나 시리게 미치게 아프게 외로운 사람인지,

그러면서 얼마나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그럼에도 그는 사람을 17명이나 살해한 살인마다.

그러면서도 그를 보면 안아주고 싶어진다.

엄마를 잃은 아이가,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달리며,

혼자 울고 있는, 그가 '정다훈' 이다.

그리고 그는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기 보다

사랑을 소유 하고 싶어하는, 즉 사라지는것을 못견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살인을 한다.

뼈를 남기기위해, 평생 자기옆에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 일기에 이렇게 썻다.

사랑의 형태는 여러가지다. 그걸 어떻게 느끼고 받아드리냐에 따라서 비극이 되고, 희극이 될 수 있다.

나의 사랑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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