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한게 좋은데.

너무 빠른 탄생.

by 서온

멍한 표정.

살짝 벌어진 입모양,

우울증 이다.

무기력증 이다.


불 꺼진 정적.

나의 신음소리.

내 음부의 떨림.

그리고 그 안으로,

쏘아올려진 당신의 정자들.


너와 하루 잔 다음날 부터,

뱃속에 아이가 생겼음을 감지했다.

그 아이는

말도 안되게 빠르게 자라났다.


아이를 가진지 이틀 만에 출산을 했다.

신기하게도 출산 했을때 고통은 없었다.

그 사실이 믿을 수 없어서, 나는

얼른 확인을 해야 했다.

손가락 다섯개, 발가락 다섯개.

눈, 코, 입.

모든 게 정상이었다.


지환이는 갑자기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지환이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손 위에 개구리 한 마리가 말했다.


아줌마들 사이에서

나는 웃고 있었다.


문득, 지환이는 어디 있을까?

손을 씻는데,

지환이가 벌레가 되어

내 손등 위에서 속삭였다.

"엄마, 나야."


도시에서 살면 행복할 줄 알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삶.

편리한 시설들.


하지만 차가 지나가는 소리.

한강 앞에서 여러사람들이 모여서

러닝을 하며, 말 소리 등.

모든 것들이 소음처럼 다가왔고,

시끄러웠다.


지금 내가 사는 곳,

시골의 한적한 마을.

시골에 오면, 조용하다고 해서

이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내 귀를 찢는다.


지환이가 하루종일

울어댄다.

나는 조용한게 좋은데.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