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할 때, 타이밍이 중요해요.

핏덩이.

by 서온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어요.

아주 오랫동안 지켜봤죠.

저는 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어요.


그는 여자와 섹스를 할 때,

자신의 가슴을 빨아 달라고

해요.

그러면 극도로 그는 흥분을 하죠.


담배를 피울 때는 딱 반만

피고 버려요.

왜 그런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 좋은

일인 거죠.


그가 버린 반만 남은 담배를

저는 모아요.

그래서 자위를 할 때, 반 만

피다 남은 담배를 물죠.

그러다 알게 됐죠,

그가 왜 담배를 반만 피우고 버리는지.


"나를 흥분하게 하려고 일부러

반을 남긴 거 다 알아."


제가 그를 사랑하고 있는 동안,

그는 여러 번 여자와 헤어지고

사랑을 했어요.

"야, 연락 안 되면 그게 헤어지자는

뜻인 거 몰라? 귀찮게 씨발."


저는 이 남자의 이별 방식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얼마나 남자답고, 박력 있어요?

다 알아요, 저에게 오기 위해서,

여러 여자들을 경험하고 싶다는 거.


이 남자 너무 멋지지 않나요?

멋진 걸 넘어서 너무 아름다워요.

사람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

당신은 있어요?

저는 있어요, 그래서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알아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사귄 여자는,

어렸어요. 얼굴이야 뭐, 그가 지금까지

사귄 여자들은 수준급 이었으니까요.

이 여자도 마찬가지로 얼굴은 당연히

예뻤어요. 그런데, 갓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핏덩이였죠.

그는 그런 핏덩이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거예요. 평상시 그는 여자를 섹스 상대,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았죠.

하지만, 그 핏덩이만큼은,


너무 달랐어요.

어떡하죠? 너무 화가 치밀어요.

질투도 정도껏 해야죠.

내가 당신을 내 목숨보다 사랑한다고

해서 이렇게, 나를 하찮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예요.


저는 매일 밤마다 지쳐있는,

당신의 발꿈치를 보면서,

감탄하고, 안쓰럽고, 영광으로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당신을 안았죠.


그런데, 당신이 나에게 이러면

안되죠.

"우리 같이 살자." 니요.

이게 무슨 쓰레기 같은 말이냐고요.

그 핏덩이를 안지, 얼마나 됐다고.


저는 당신을 7년이나 봤고,

당신 옆에 7년이나 있었다고요.

당신의 모든 걸 알고, 모든 면을 사랑하는데,

그딴 년이, 감히.

내 자리를 넘보다니요.


화가 치밀어서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고요.

아, 진정할게요.

당신이 나를 시험하는걸 수 도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이런 시험 따위도,

거뜬히 넘길 수 있어요.

당신도 저를 사랑한다는 걸,

저는 알고 있으니깐요.

그래서 말인데요, 내가 저 핏덩이를

죽이면, 당신이 나를 인정해 줄 거 같은데,

맞나요?


고민이 돼요.

언제 죽여야 할지.

아, 제가 사람 죽이는 게 무서워서

망설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단지, 타이밍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전기밥솥을 쓰지 않아요.

가정용 작은 가마솥을 쓰는데,

이게 참 타이밍이 중요하거든요?


전기밥솥이 아니라서, 계속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해요.

물이 넘치려고 할 때 딱.

약불로 10분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살려달라고요?

이제 와서?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그가 웃어요.

-삑삑

"만육천 원입니다, 봉투드릴 까요?"

"네. 봉투값 100원 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나의 심장은 멈췄다.

그날부터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게

된 거예요. 당신께 된 거죠.


그리고 그날부터 저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들이

고통이 아닌 게 되어버렸어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해가 돼요?


"저, 미나 씨 그렇게 살찌면

안 더워요?"

"야, 미나야. 그렇게 살찌면

시집 못 가. 누가 너랑 결혼하려고

하겠니~"


길에 지나가면, 종종 사람들은

저를 혐오의 눈으로

곁눈질해요.

그럴 때마다 당신의 향수 냄새,

당신의 가슴팍을 생각해요.


그러면 순간 온통 세상이

꽃밭이 돼요.

이 행복을 그딴 어린년한테,

뺏길 수 없죠.


아 참참.

뺏기는 게 아니죠.

저를 시험하는 거였죠.

자꾸 착각하게 돼요.

무튼, 이번일 마치면 영원히

더 오래 당신 옆에 있을게요.


그때가 되면, 당신과

정면으로 눈을 맞출 수 있겠죠?

그 생각만 하면, 어서 빨리,

저 핏덩이의 진짜 피를 보고 싶어요.

궁금하죠? 어떻게 죽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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