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라는 이름의 생.
이른 아침부터 옆집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어제는 그렇게 싸우고,
여자의 울음소리만 들렸는데.
오늘 아침엔
좋아서 미쳐죽겠다,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지겨워.
방음이 안 되는 이 원룸이
미치도록 원망스럽다.
꿈을 꿨다.
대형 문어가 날 꽉 안고
놓아주지 않는 꿈.
그 개새끼,
잘 살고 있을까.
한때,
나도 누군가에게 그토록 아름다웠고
그 사람의 자취방에서
나도 저런 신음을 낸 적 있었다.
그 옆방 사람도,
지금에 나 처럼
나를 욕했겠지.
괜히,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에게
미안해지는 아침이다.
그냥 다시 잘까.
냉장고를 열어본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
너무 귀찮지만
이 허기가 귀찮음을 너무 쉽게 이긴다.
나는 자주,
허기를 느끼면 짜증이 난다.
허기란 건 결국
살고 싶다는 의지 같아서.
그걸 느낀다는게
지긋지긋하다.
우리 할머니는
소화가 안 된다, 입맛이 없다.
그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셨다.
나도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허기 앞에서 그 말은
깃털도, 바람도 못 되는 찌꺼기처럼
가벼워진다.
생각해 보니, 나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다. 어쩌면, 죽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너무 살고 싶은 사람일까.
아무 바지나 주워 입는다.
버클을 채우려다
젠장-
안 잠긴다.
이 와중에 살까지 찐 건가.
퍽, 웃음이 난다.
결국 고무줄 바지로 갈아입고
지갑을 챙긴다.
편의점으로 가는 길,
뭘 먹을까 생각하며
설레는 내가
짜증나고 웃긴다.
계산대 앞,
이력서들과 볼펜,
테이프, 가 눈 앞에 보인다.
언제 부터 편의점에 이력서가
팔았지?
이력서를 본 순간,
아까의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기분은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러면서 환경을 탓하는 내가
쫏팔렸다.
왜 편의점에서 이력서를
팔고 있어.
널린 게 문구점이고 다이소인데.
아파트라는 구조는
참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든다.
이 나라의 땅떵어리와
무너져 내린 삶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럼에도,
이 좁은 땅에 집짓고 살겠다고
버티는 몸부림들.
나는 따뜻하게 데운
도시락을 한입 한입 먹는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
맛있다, 퀄리티가 좋아졌다.
또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