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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건 Jun 01. 2024

여행하는 선생님들과 첫 만남


오랜만에 청주에 내려온 친구를 만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함께 한 동지였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시간을 갈아 청춘을 사는 사람이다. 세 달 만에 본가에 온 것을 저녁 산책 길에 불러내 그동안의 안부를 나눴다. 해보고 싶은 비영리단체가 있는데 지원하는 것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활동의 세부사항을 요목조목 살피더니 네가 하면 참 잘 어울릴 일이라고 격려했다. 나는 그 길로 돌아와 한창 새벽깨에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등 밀어 준 용기 덕분에 다정한 집단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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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엔 면접을 치를 때 워낙 감자처럼 굴은 탓에 의뭉스러웠지만, 설렜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나의 대학교를 넘어 선 청년 커뮤니티를 만난다는 게 꽤 많이 기대가 되었다. 처음 만나는 내부 워크숍 날에 모여 어색함에 애매하게 자리 잡아 앉아 있는 것을 사람들이 반겨줬다. 종이를 접어 삼각모양으로 세워 두는 이름표를 마지막으로 만들어본 게 언제인가 가늠도 안되지만, 오랜만에 만난 신선함이 좋았다. 이 단체만의 ‘포스트잇 법칙’을 활용해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도 새로웠다. “’ 질문’하면 떠오르는 것”, “내가 생각하는 ‘성장’”,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수업’”처럼 동아리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적어 나누고, 말을 틔워 공유한다. 신기했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대화 – “배고파”, “집 가고 싶다” 등등.. – 가 익숙해진 환경에서 같은 주제를 두고 생각을 나눈 게 얼마인가 헤아려 생각했다. 어느덧 낯선 일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부끄러우면서도, 이들을 만나 다행이라고 여겼다. 활동을 마무리하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티격 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거리낌 없는 장난이 오가는 사이가 되리라 다짐했다.


누군가 '여행하는 선생님들'은 무얼 하는 집단이냐고 묻거든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답한다.


'어디서든 자유롭게 생각하고 누구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음의 슬로건 아래에서 도서산간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수업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가 '여행하는 선생님들'이다. 최초의 동아리는 카이스트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서울지부와 대전지부가 나뉘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부워크숍, 외부워크숍, 교육여행, 친목활동이 이루어지며, 부서는 운영팀, 교육팀, 홍보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산간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운영팀이 교육여행을 제안한다. 교육팀에서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가치를 선정하고 공유한다. 홍보팀은 동아리에서 진행되는 행사와 교육여행 등을 골자로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한다. 교육여행은 방학 중 약일주일 간 해당 고등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며 진행된다. 수업 이후 시간에는 동아리원과 주변을 여행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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