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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남 Oct 31. 2023

억지 긍정

쇼츠 속 서랍

"뜬구름 잡는 얘기 같지만...


기본적으로 쓰는 단어나


너의 생각


머릿속에서 움직이는 글자들이


너를 만들어."


<신과 함께>에 주연으로 등장했던,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주지훈 배우가 무명인 배우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밖에서는 주적주적 비가 내리고, 차 안의 온도는 열띤 강의를 하는 강사와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집중하는 수강생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수강생이 되어 어느새 몰입한 채 그의 말을 청강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매료시킨 문장은 단언,


이 악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해.


이 대사 같은 말을 듣고 적잖이 아니, 화들짝 놀랐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어거지로(억지로) 해야 돼.


억지 긍정. 억지 텐션은 들어봤어도 억지 긍정은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나를 찾아왔을 때(세상엔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투성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딱 두 가지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흠, 다시 하는 수밖에.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젠장, 망했네. 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중간은 늘 있는 거 같다가도 막상 그 실체를 발견하면 확실한 노선을 취하게 만듭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짬짜면이라는 대안은 없어져요(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인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대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 '척' 연습을 꽤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기대하면 실망할까 두렵고 실망하면 좌절할까 두려우니까요.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께서 물었습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여러 답변이 나왔습니다. 기억나는 게 없는 걸로 보아 뻔하거나 흥미롭지 않은 답변이 나왔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제 차례가 됐을 때.


"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거요."


뭔가, 철학적인 거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지극히 심플한 답변이었습니다. 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만큼 덜 행복한 상황이 왔을 때 쫄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행복의 반대가 불행이 아니라 그냥 행복의 게이지가 어제보다 조금 떨어졌을 뿐이며 푹 자고 일어나 찬란한 태양에 기지개를 켜며 광합성을 했을 때, 일종의 반작용으로 어제보다는 더 행복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겁니다. 심오한가요?ㅎㅎ


아마, 주지훈 배우의 어거지 긍정처럼 저 역시도 어거지 행복을 해 왔는지 모릅니다. 물론, 언제라도 붕괴될 듯 빈약한 논리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만요.


이 쇼츠에 마음에 끌린 건 '긍정'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억지' 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억지'로 추운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억지로 맛없는 점심을 먹고, 억지로 회사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억지로 싫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억지가 나를 성장시킨다면 그것도 멋진 일인지 모릅니다. 억지로 운동을 하거나, 억지로 오글거리는 사랑을 말하고, 억지로 행복을 바라는 거처럼요.


오늘도, 억지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이 억지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쇼츠 링크: 우리들이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하는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weMsulbcHr4&list=WL&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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