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취급하기

by 포인셋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리라. 모든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욕을 수집한다. 듣고싶지 않아도 들은 얘기, 하도 들어서 내 어머니 같은 얘기, 너무나 기가 차서 어쩌면 열 다리도 더 건너 내 귀에 들어왔을 얘기..정말로 사회적 동물의 소모적이고 자발적인 스트레스 유발 행위로 인해 결혼이 줄어든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궁금했다. 고부사이란 왜 늘 그런 것인지. 그래서 결혼 적령기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고부갈등들에 내 경험을 얹어 시라는 가족에 대하여 분석해본다. 잠 못 드는 밤, 대단하지도 않건만 이 괴로움이 어디서 오는지 나는 늘 찾아야만 했다. 우리는 왜 시도때도 없이 영역다툼하듯 그들과 반목하는가. 고부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분석이니 에피소드 중심이 아니며, 건조하고 차갑다. 그래야 우리는 냉철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고부갈등이 왜 누구에겐 하찮고 우스운 것일까. 이 말이 나로 하여금 이 글 전체를 쓰게 한 첫 문장이었다. 내가 결혼해서 기분 나쁜 건 그것이었다. 시집살이를 해 본 것은 아닌 내게는 조금 예민하게 느껴졌을, 누가 보면 배 불러서 하는 소리 같지만, 내 신분이 강등당했다는 것. 최하층민이 되었다는 것. 나는 가만 있어도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은 없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게 무슨 소리냐면, 대체로 아버지뻘의 남자어른들이 그러했다. 아이스브레이킹에 왜 남의 집 며느리가 제물이 되어야 하나. 친척 혹은 친구분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남자분들은 술 김에,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서, 호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종종 그 집 며느리를 이용했다. 옛날에나 '짓궂은 장난'이라고 부르던 그런 농담 말이다. 요즘 며느리는 이렇다면서? 며느리가 그냥 맛있어요 하면 맛 없는거라며? 시어머니한테 하고싶은 말 있으면 이번 기회에 다 해봐라..


다들 하하호호 잘만 웃었다. 나는 웃기지 않았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누군가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집 자식에게라면 절대 쉽게 못 했을 이런 농담을 들어야만 했다. 자기 집 며느리도 아니고 남의 집 며느리인데 말이다. 겪을만큼 겪은 여자 분들이 더 하기도 한다. 과연 말 한 마디 한 마디 숨은 뜻과 비수가 꽂혀있다.


그 때 깨달았다. 며느리라는 건 어느 집에서든 상관 없이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구나. 아무도 날 나서서 지켜주지 않는구나. 다들 지켜야 할 자기 체면이, 부릴 수 있는 권력이 더 중요하구나.


그 순간, 그런 농담을 하던 개인 개인이 다들 나에게 굉장히 신사답게 굴었고 평소 며느리 시어른 그런 거 따지지 않는 좋은 분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1대 1이 아닐 때, 그들은 뭔가 다른 힘을 갖고 있다. 집단 속에서, 가족 안에서 며느리는 어쨌거나 그들 전체보다는 아래인 것이었다. 저들에게 며느리는, 고부갈등이란 건 그저 그 때 입에 씹고 있던 하찮은 오징어 같은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