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성격과 생각차이가 있지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사고방식도 있을 것이고, 환경이나 주변 친척 등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산다. 나와 생각은 달라도 이 사람의 역사를 생각하면 말이나 행동을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반면 평생 서로에게 맞추지 못해 다투고 사는 부분도 있다.
생각이 맞지 않고 계속 다툰다고해서 호적에서 파버리는 것도 아니고 얼굴 좀 덜 보고 살 순 있겠지만 대부분 그 난리를 피워도 또 잊어가고 얼굴 보고 그저 그렇게 산다. 그런 유대는 하루 아침에 뚝딱 하고 생기지 않는다.
며느리는 그 부대끼는 시간을 겪지 못했다. 유전자도 생각도 환경도 달랐는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어르신이고 시댁이니 맞추라 한다. 그런데 누가 시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문화'가, 실체가 없는 권력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그래도 좀 괜찮은 시댁이라면 며느리도 가족의 틀에 넣어주려 노력한다. 밥 같이 먹고 맨 얼굴도 좀 봤고, 사적인 얘기도 좀 하고, 건강 걱정도 좀 해줄 수 있는 정도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거라면 말이다.
가족이란 것이 항상 옆에 있었던 것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밖에서의 인간관계와 달리 가족은 죽일 듯이 싸우고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고, 너무나 미워도 언젠가는 보게 되고, 나와 너무 달라도 공유하는 기억과 감정이 같은 존재다. 말 하지 않아도 각자의 성격과 사고, 취향과 습관과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 지 그 패턴까지 아는 것이 가족이다.
애초에 다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 완벽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면서 좋은 말만 듣는 입장이니 쉽게 가족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로 선심 한 번 쓰고 상대에겐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이란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