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본질은

by 포인셋

그러니까 이것은 누군가에겐 굉장히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고이 기른 아들과 똑같은 요즘 딸들이, 아들과 공평하지도 않게 아직까지 수난당해야 하는 것, 가족이란 이름이지만 실은 저 아래 고립되고 마는 것, 여전히 말 한 마디 하기가 어려운 시대착오적 문화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내 속도와 상관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억지로 그 틀에 집어넣어져 사사건건 간섭당하고 강요당하는 인생 이야기다.


거기에 이를 하찮게 생각하며 나서서 처리하려는 사회적 인식조차 없는, 여자들의 기싸움으로 치부되고 말기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옛날 이야기. 그 힘들다는 요즘 애들 인생에 고부갈등이라도 덜 했다면 아들내외 모두에게 훨씬 살 만했을 지 모른다.


왜 어떤 분들은 늘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야만 할까. 나도 평가자가 아니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그 분들이 먼저 그래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스스로가, 아들이 너무 대단하기 때문일까. 인정받고 싶은 것일까. 그런 그냥 심술보같은 인정욕구는 결국 아랫사람에게나 통한다는 걸 그들도 안다. 결혼시킬 때 남들에게 보일 조건으로는 좋아도, 결혼 후의 며느리는 지속적으로 비교당하며 시누이보다 못나야 하는 것이고, 하는 일, 성격과 몸매와 외모마저 지적당하고 만다. 그러니 여느 사회생활과 마찬가지로 이유없이 내 자존감을 끊임없이 갉아내고 인신공격을 해대는 사람이라면 나는 고마움이 있더라도 전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랜선으로라도 기어이 옆에 있는 존재이니 어찌할까.


그들은 때로 시집살이 덜 하는, 자신의 남편같은 이와 살지 않는 며느리를 시샘하는 것도 같다. 어떤 주부로만 지낸 시어머니는 갇혀서 만들어진 외고집이나 내 사회적 지위에 대한 시기를, 그 시절 사회생활까지 한 분은 대단한 기를 뽐낼지도 모른다. 옛날 같은 구박과 노동은 아마 덜 당할 테니 연애 결혼으로 이미 좀 맞춰진 부부의 삶에 보통이 아닌 시어머니는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감으로는 더 크다. 별달리 싸울 일 없는 부부사이라도 당신 때문에 큰 싸움이 벌어지곤 함을, 당신이 아들 내외의 결혼을 망치고 있음을 알린 적 없으니 전혀 모르실 지도.


아마 이렇게 자신들의 만행을 모아모아 말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저얼대 다른 이에게는 조금 나쁜 사람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지 못할 분도 많을 것이다. 나도 남동생이 있어 늘 나에 비춰 생각한다. 시댁이란건 어쩌면 다 알고도 별 수 없이 악역이라는 것, 엄마에겐 며느리 보면 우린 늘 남이라 생각하자, 그나마 그 친구가 우리 입장도 봐주고 모나지 않게 하고 있으면 당연한 게 아니라 그 밑으론 엄청나게 애 쓰고 있을거다, 그게 가족이냐 떠받드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그냥 일이 있을 땐 신경쓰지 말고 우리끼리 하자, 그리고 어쩌면 나도 악역을 맡으면 내가 하는 것과 똑같은 욕을 먹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그러니 진짜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대단히 나쁜 것도 아니면서 성격차이와 강요할 수 있는 관계에서 오고마는 이 수많은 갈등의 본질을 다들 부디 알아채시기를. 평생 그렇게 시샘하고 평가하고 괴롭히며 살기에는 당신의 노년도, 아들네 삶도 당신으로 인해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제발 깨달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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