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 수만 있다면
건강검진을 하면 기본적인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 결과가 제공된다.
특정 암이나 질환이 우려된다면 해당 검사를 심도 있게 따로 진행해야 정확하겠지만, 그에 대한 마커 (표지자) 유전자에 변이가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미래의 발병률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건 해당 지식을 가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조금 놀랍다. 이 정도로 상세한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보편화되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발병하지 않은 상태의 확률이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유전자가..' 하고 그저 알고 조심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특별히 검사 상의 복잡한 절차 없이 혈청학적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검사의 항목들이 많이 늘어났고, 한 번의 채혈로 우리는 그 안의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염증이나 종양 여부, 특정 장기의 암, 변이, 전이, 치료 예후,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꽤 신뢰도가 높아 개인의 건강 관리와 예측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
물론 마커의 발굴 목적 자체가 '조기진단', 바로 그것이다. 치료만큼이나 빠른 진단은 중요하니까.
병원이나 전문진단기관을 통해서는 조직이나 혈액, 소변, 객담 등의 가검물로 다양한 바이러스유래암의 바이러스 검출, 그리고 일반암의 다중 마커에 대한 스크리닝, 여러 유전자 부위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광범위 유전자 분석) 검사 등이 가능하다. 약물 반응에 대한 검사 결과는 반응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제 처방에도 활용될 수 있다.
검사의 원리는 이렇다.
바이러스 검출은 가검물로부터 바이러스의 DNA나 RNA를 추출하는 과정, 일반암에서도 가검물에서 순도 높은 시료 형태의 유전자를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유전자 검사가 시작된다.
많은 경우 몇 시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Real-time PCR로 유전자 증폭을 실시한다. 검사에는 마커 부위를 특이적으로 인식하여 증폭시켜 줄 열쇠의 기능을 하는 프라이머라는 짧은 oligomer가 사용되는데, 1차적으로 해당 프라이머로 증폭된 타깃 유전자의 크기, 2차로는 증폭된 유전자의 sequencing을 통해 서열을 비교분석하여 변이를 판단한다. 검사키트 형태의 제품에서는 증폭된 유전자에 형광 dye 등의 수단을 통해 정량분석 될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병력, 암 억제 유전자가 소실된 형태의 변이를 가져 암 발생률이 높은 경우라면 유전자 검사, 즉 분자진단을 통해 암 발생 여부를 관리하고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커는 유전자뿐만은 아니어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진단도 많이 활용되나, 실험 원리나 기법 상으로는 분자진단과 차이가 있다.
진단의 다음 단계로는 해당 결과를 이용해 특정 변이에 대한 표적 치료제로 대응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방사선, 화학치료를 벗어나 부작용이나 치료효과의 측면에서 더욱 개선된 형태의 면역 항암제를 병용하여 예후와 치료 후 생존기간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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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지를 받아 들고 조금쯤 그게 무슨 말인지, 어떻게 해서 나온 결과인지 알아도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의 무거움이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다르지 않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질병과 그것을 대처할 용기 같은 것에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치료는 나의 영역이 아니고, 그건 내가 의사라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진단을 일로 대할 때에는 단지 시료 1, 시료 2 일지 모르지만 그 혈액이 담긴 바이알 하나가 전달되어 오기까지 개개인의 고민이나 결과를 기다릴 마음에는 하나하나의 대충 하지 못할 컨트롤과 분석의 정확함, 말고는 대할 길이 없다. 계속해서 더 좋은 마커와 시험법을 개발해 가는 것도 가까운 미래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먼 미래에는 필요조차 없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