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테이블 연인의 다툼

지겹지만 또 이별 얘기

by 유은


단골 바가 생겼다.

혼자 가기 딱 좋은, 집 근처의 조용한 바.

오랜만에 딱 맞는 장소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수는 적고, 전부 바 형태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

처음 들어섰을 땐 한 커플만 있을 뿐, 한산했다.

하지만 금세 자리는 연인들로 가득 찼다.


내 옆에도 한 커플이 앉았다.

들어올 땐 다정해 보였지만 이내 싸움이 시작됐다.


여자의 목소리는 작았고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여자는 내 바로 옆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자의 말이 또렷하게 꽂혔다.


“연봉 1-2억 되는 게 쉬운 줄 알아?”

“넌 운 좋은 줄 알아야지.”

“야, 말해봐. 내가 잘못한 거 얘기하면 왜 기분 나쁘게 굴어?”

“아, 다 내가 잘못했단 거야?”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저런 말을, 그것도 육성으로, 바로 옆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여자는 조용히 “자기는, 자기가…”를 반복했지만 남자의 말투는 점점 비아냥과 짜증으로 가득 찼다.


처음엔 “자기야”, “여보”라 부르던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들의 사정을 모른다. 차분해 보였던 말들 속에, 남자의 감정을 건드린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그들은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대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둘은 싸운 채 자리를 정리했다. 여자가 조용히 바텐더에게 카드를 건넸고, 남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아 씨… 진짜 짜증 나게.”


둘은 나갔다.

남자는 논알콜을 마셨고, 여자는 술을 마셨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처음 본 바텐더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방금 전의 장면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얼마 전, 우리의 얼굴이 겹쳐졌다.


우리는 싸울 때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사람 없는 술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감정을 터뜨렸다.

알바생들의 시선이 느껴져도 멈추지 않았다.


왜 싸웠는지, 어떻게 싸웠는지는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연인처럼 보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그런 연인처럼? 아마 우리는 더 서늘하고 서글픈 싸움이었을 거다.


나는 믿고 싶다. 우린 상처를 주기 위해 헐뜯는 그런 사랑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커플보다 더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들은 아직 함께 있고, 우리는 철저히 각자가 되었으니까.


생각할수록 아렸다. 혹시 우리가 더 흔하고, 더 지루하고, 더 지쳐버린 연인이었던 건 아닐까.


그 커플이 떠난 자리에서, 단골 바가 생겨 좋아했던 몇 분 전의 내가 떠올랐다. 행운처럼 여겼던 공간이었는데 위스키보다 그 장면이 더 진하게 남았다.


마음을 계속 건드렸다. 그래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집에 가서 좀 울다가 클렌징을 꼼꼼히 하고, 위스키 한 잔을 더 마신 후에 잠들면 된다.




다시 한번 느낀다. 나는 정말, 할 만큼 했다.

난 항상 내 입장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많이 흔들렸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헤어지고 나니 더 명확히 알겠다. 나는 정말 할 만큼 했고, 그 이상도 했다. 함께일 때 난 당연하게도 늘 죄인이었다. 관계 안에서 받은 것 중 가장 큰 건 비난이었다.


그가 나를 의도적으로 가스라이팅하려 했다고 믿진 않는다. 그에겐 정말 그 모든 게, 상처였을 것이다. 하지만상처로만 이루어진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넌 꽤 오랫동안 나를 사랑하기보다 미워했던 것 같다.


오늘도 그의 하루는 나와 무관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연락처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남기로 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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