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를 앞두고. GG.
결혼은 벅참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통과한 안정감이어야 한다
결혼이란 건 누구에게나 다르게 온다.
누군가는 1~2년을 차근히 사귄 뒤 나이가 차서 자연스럽게 준비하고, 누군가는 벅찰 만큼 사랑한 끝에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심한다. 또 어떤 이들은 한쪽의 간절한 마음이 이끌어, 어찌어찌 결혼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게 당연해졌다. 나는 어렸고, 비혼에 가까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와 함께하는 삶은 이상하게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서로 외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는 듯, 우리는 사랑했고, 미래를 그렸다.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편은 아니지만, 가까운 동료들과는 가끔 연애 이야기를 흘려놓곤 한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어요.”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다.
“첫 연애에 결혼이라고?”
그게 가능한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라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보다 몇 살 많은 K.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결혼을 원했고, 그의 남자친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조급해하지도, 재촉하지도 않았지만 그 상황이 은은한 스트레스로 흘러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소식은 전혀 달랐다. 식장을 잡았고, 집도 계약했고, 다음 달부터 함께 살 예정이란다.
아, 결혼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서로에게 벅차게 반해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관계는 오히려 조심스럽고 복잡해진다. 사랑이 너무 뜨겁고 의미가 크면 기대도 커지고, 조율해야 할 감정도 많아진다.
결혼이란 건 결국 서로가 충분히 다가갈 수 있을 만큼의 안정과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 사이 어딘가에서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비로소 속도가 붙는 것 같다.
기대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 조건이 아니라 마음을 맞춰가는 습관. 그게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마다 사랑의 크기도, 받아들이는 속도도 다르다. 처음부터 너무 벅찬 존재로 시작된 관계는 결혼이라는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정말 안정적인 결혼은, 적절한 떨림과 안정감 사이에서 조금의 불확실성을 견디고, 어떤 계기로 마음을 놓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다.
지나치지 않은 사랑과 조금은 미지근한 타이밍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나란히 걸어가는 일.
누구에게나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른 속도일 뿐이다.
어떤 사랑은, 너무 벅차서 끝나고
어떤 사랑은, 아주 조용히 시작되어 끝내 오래간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각자의 타이밍 안에서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느냐는 것.
속도가 맞는 두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 안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하나의 완전한 새로움이 시작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건 만만치 않다. 유지하는 건 더 빡세다.
그래서.. 나는 GG 쳐야 할 것 같다. 모르겠다.
결혼은 관계의 정점이 아니라, 함께 견뎌내기로 한 사람과의 시작점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