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시작이 어쩌면 가장 끈질길 수도.
자기 스타일의 외모에 반해 마음이 움직이는 건 가벼운 감정이라기보다, 오히려 깊은 본능일 수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걸 한때는 단순하게 여겼고, 그 눈빛이 사라지면 사랑도 끝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정말 외모보다 사람을 본다고 말하던 사람을 만나보니, 오히려 선명한 끌림으로 시작되는 감정이 더 오래가고,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아쉬움으로 남은 것도 결국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고, 예쁨 받는 여자이고 싶었다. 챙겨주기만 하는 관계보다, 내 작고 유치한 부분까지도 귀여워해 주는 사랑을 바랐다. 물론 그는 내 외모를 좋아했고, 그것이 우리 사이를 여는 하나의 촉매였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취향은 나와는 달랐고, 나는 그 다름 속에서 계속해서 애써야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충만하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은 외모에 반해 빠지는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어쩌면 우리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눈빛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외모에 푹 빠지는 건 단순한 콩깍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없으면, 결국 상대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 행동 하나가 점점 불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가 날 바라보는 눈빛에 좋아 죽겠는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건, 나를 귀하게 여긴다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콩깍지는 언젠가 벗겨지지만, 그 시작조차 없었던 사랑은 유난히 쉽게 지친다. 사랑은, 때때로 아주 단순한 확신에서 오래 버텨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