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가슴이 덤덤해진걸 보니

by 유은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간다는 걸 느낀다. 설렘이 사라진다는 것, 너를 만나기 전 내가 품었던 작고 귀여운 감정들이 그립다. 정은 쉽게 들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정 때문에 아쉬워했던 관계들, 그리고 어른 남자들의 눈에 비친 내가 얼마나 미숙해 보였을지 이제는 조금 이해된다. 아, 이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가. 그래서 무섭다. 다른 이성과 잠을 잘 수는 있겠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 어른들. 마음속 단 한 사람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 ‘사랑하면 만나면 되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그 철없던 무모함은 이제 나에게 없다. 너를 바라보던 그때의 마음처럼, 그렇게 뜨겁게 누군가를 다시 대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왜 내가 네게그렇게 다가왔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무덤덤한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그런 감정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드문 일인지.


누군가와 몸을 섞고, 연애를 시작한다는 게 그렇게 거창한 감정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던 네 말을 죽을 때까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이해가 된다. 나도 모르게 너를 닮아간다. 나는 너를 처음 선택했던 그 마음이 너무 커서, 너도 분명 나처럼 과거를 사랑했을 거라 믿었다. 나에게 연애와 사랑은 너무 큰 의미였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오래도록, 깊게, 과거에 집착했던 거겠지. 그런데 결국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나는 점점 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원래도 시니컬했던 내가, 이제는 더 건조해진다. 너무 쉽게 잊고 쿨하게 넘기고 간편하게 마음을 접는다. 이게 네가 말했던 네가 먼저 겪어온 세상의 모습이었을까. 이제 넌 어떤 나를 보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 네가 사는 세상은 나와는 다르니까. 넌 아마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 테고 나는 또 다른 관계들을 어른처럼, 너처럼, 아주 쉽게 끊어내고 있다.


그래도 평생 너에게 난 첫사랑을 놓치지 못해 울면서 매달리는, 처절했던 모습으로만 기억됐으면 좋겠다. 쏟아내고 감정에 휩쓸려 널 밀어내던 나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널 사랑했고, 사랑하는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여자애의 모습으로만 남았으면 한다. 그 모습은 이제 네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을 테니까. 나조차도 희미해지고, 어색해져 가는 그때의 나를.


너는 나의 마지막 모습으로 오래도록 기억해 줘. 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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