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비하인드

A and B Forever

by 유은


오랜만에 정말 푹 빠져 새로운 영화를 봤다. 나는 보고 또 보는, 사랑하는 영화들을 반복해서 틀어놓는 성향이지만 최근 본 영화 중에서는 오랜만에 ‘인생영화’라고 할 만한 집중력을 느꼈다. 지금 내 상황 덕분에 여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것도 크지만, 그걸 빼고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화면 속 장면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 어딘가로 스며들어, 오래 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깨우는 느낌이었다.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영화를 보았다.


잘 맞는다는 것
평생의 짝을 만난 걸까. 그렇다면 잘 맞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잘 맞는 것만으로 미래의 행복이 보장되진 않는다.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잘 맞는다는 건, 때로는 화려하게 잠시 반짝일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서로의 세상을 채워주진 못한다. 평생을 본다면,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농담 코드보다 서로의 세상을 채워줄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 아닐까.


옳음과 행복
이 영화에서 가장 나를 관통한 대사가 있다.

"너희는 행운아야. 서로 제일 좋은 친구가 되길. 서로 노력하고, 존경하고, 인내심을 가지길. 그리고 언제나 옳을 필요는 없어. 때로는 옳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전혀 없으니까. 매일 그렇게 살아."


최근 나는 ‘조금 삐뚤어지고 손이 많이 가는, high-maintenance’라는 단어에 꽤 꽂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관계라는 가능성에 마음이 끌린다. 영화 속 그들은 소울메이트처럼 잘 맞았지만 옳고 그름의 기준은 그들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화두였다. 잘 맞는 것과 옳음의 기준은 다르고, 서로가 보는 시선도 달랐던 것이 아닐까. 중요한 건, 서로 옳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가 “I think I’m ready.”라고 말할 때, 마치 내가 안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 나 자신이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방황하는 모습을 나로 대입하며 따라갔다. 현실 사랑과 이별 사이의 이야기지만, 나는 그들처럼 비하인드 있는 사랑을 하지 않았다. 나의 비하인드는 온전히 나 혼자가 만든, 사랑 이후의 시간 속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녀와 그의 마음을 따라가는 과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남자의 마음도 느껴졌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지켜야 할 것이 생긴 그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가장 행복해질 선택을 하고,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녀는 그의 책임감 속에서 힘을 얻고, 그 힘을 원동력 삼아 자신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방어막 사이에서 준비되지 못해 방황하던 그녀가 마침내 “I’m ready.”라고 결심하는 순간, 나도 그 순간에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잘 맞기만 한 관계가 영원한 사랑의 증표는 아니다. 물론 막강한 힘은 있다. 내가 지금 완전히 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사랑에서 중요한 건 서로가 옳지 않더라도 비난보다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행복, 그리고 그것을 위해 기꺼이 들이는 노력 아닐까. 옳게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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