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다. 생일을 기리는 일기를 쓰겠다는 건 아니다. 부여할 의미도 없고, 찾을 의미도 없고, 그저 우주가 할 일을 하다 보니 떨어진 먼지 부스러기가 해마다 떨어진 날을 기념하겠다고 이것저것 사제끼며 지구수명이나 줄이는 것에 자괴감은 좀 느낄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해 생일이면 특별히 인간관계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과 참회를 하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 그 단계가 지나면 그저 만나진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설정한 가상의 경계에 넣어주고 나를 친구로 기억해 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개가 무량해진다.
직접 만나서 수시로 대화하지 않는 사람은 친구인가 아닌가. 우정이란 실재하는가 아니면 상상과 추억의 범주인가. 십여 년을 만나지 않아도 메시지 한 번 주고받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과거 어떤 찰나의 공유된 기억으로 친구의 범주에 넣어두고 허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매일 함께 밥을 먹고 같은 일을 하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마음속 친구의 범주에 결코 포함시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때로 현실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설정한 가상의 세계를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살아가고 있다. 나는 누군가의 친구로, 가족으로 , 또 규정하기 애매한 무언가로 살아가고 있다. 작년에 왔던 생일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고 축하받으면서. 초도 켜고. 아니 초도 끄고. 아니 켰다 껐다. 작년처럼 올해도 , 올해처럼 내년에도 또 켰다 껐다 하길 바라며. 꺼질 듯 살고 살아있지만 꺼진 것처럼 연명해 보라고. 그래서 맛있는 미역국도 먹고 케이크도 먹고 오고 가는 기프티콘과 택배 배송지 입력창에 주소를 적어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안도하라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 날을 잡고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라고. 매년 그렇게 서로의 티끌 같은 존재를 확인하곤 하나보다.
뭐 우주는 우주의 일을 하고 먼지는 먼지의 일을 하면 그만이다.
그럼 먼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