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내일아침에 뭐 먹을지를 고민한다. 막상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이 없거나, 적당한 음식이 없거나, 혹은 의욕이 없다. 며칠 전엔 아침에 엄마한테 아이를 맡기면서, 거 아침에 계란이나 하나 쪄달라고 했더니, 이제 아이를 맡기지 않는 날에도 계란을 쪄두었으니 집에 들러서 가져가라고 한다. 섣부른 부탁으로 엄마의 일도 나의 일도 하나씩 늘었다. 겨울청 장작 쟁이듯이 아침부터 뱃속에 뭘 넣어야지만 따땃한 하루를 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침밥은 뭐랄까 일종의 의식에 가깝다. 어릴때부터 가장 익숙한 습관이기도 하고, 때론 일종의 안정감이기도 하다. 비단 아침밥 뿐일까. 어쩌면 삶 전체가 거대한 의식일지도 모른다. 습관에 의해 구축되는 일상의 반복, 필요가 아니라 안정감을 자전축으로 하는 회전운동이 삶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지탱하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그 안에서 발견하는 디테일들일까 아니면, 예상치 못하는 순간 튀어나와 삶을 뒤흔드는 사건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