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서울에 간다. 일 년에 적어도 네 번 정도 가는 거 같은데 , 한반도 거의 최남단에 사는 입장에선 한 번씩 갈 때마다 대사건이다. 왔다갔따 경비, 숙박비, 식비, 아이와 같이 갔을 때 발생하는 무수한 충동비용들 , 서울 내에서 이동하는 교통비. 생각해보니 대 사건이라는 게 다 돈이구나..
여튼 시간을 쓰러 가는데 돈은 영원의 파트너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돈과 시간이라고 봤을 때, 서울에 갈 때마다 소중한 것들을 거는 셈이니 나는 서울을 참 좋아하나 보다.
서울에 가서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갈 때마다 들르는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여자화장실 대기줄. 서울 여자들은 아마도 여자화장실 앞에서 줄 서는데 인생의 삼분의 일은 쓰는 것 같다. 여자화장실은 칸칸이 나눠져 있어서 변기 하나에 차지하는 공간이 많고, 또 여자들은 생리적으로 화장실에서 소요하는 시간이 길다. 심지어 임신이라도 하면 한걸음한걸음 한 발짝 뗄 때마다 화장실 가고 싶은데.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의 실평수를 같이 하는 것이 평등이 아니라 변기 수를 맞춘다거나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아니 근데 화장실도 꼭 한 칸 한 칸 세서 평등 따져가며 지어야 되나. 여자화장실 앞에만 대기줄이 염병첨병이면 문제 있는 거지. 근데 또 요새 워낙들 민감하니께.. 화장실 한 칸 더 만들어주면 시청 공무원들 민원땜에 앓아눕겠지.
말이 옆으로 샜다. 화장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서울에 갈 때마다 용산역에서 내리자마자 첫 번째로 들르는 곳이다. 특히 고려 쪽이 최애다. 회화의 그 화려함! 청자! 그리고 그 부처님들의 뭐랄까...푸짐함?(불경한데...) 넙데데?(나무아미타불...) 표현력이 부족해서 자꾸 죄를 짓게 되니 설명을 못하겠다.
여튼 조선 유교보이들의 소박함(왠지 마음 씀씀이도 소박했던 것으로 보인다)보다는 고려 쪽이 좋다. 아 물론 신라의 금덩이들도.. 보기만 해도 막 부럽고 좋다.
그래서 내일도 당연히 가려고 했는데 , 요즘 케데헌 열풍으로 갑자기 핫플이 되었대서 불안하다. 언제 가도 널널하고 한가한 그 고즈넉함이 매력이었는데. 특히 거긴 여자화장실 줄 안서도 되는 희귀한 장소 중 하난데! 게다가 그 엄청난 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가 무료다. 문화유산이란 모두의 것이고 세상만사의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선진국다운 본보기라 생각해서 자랑스럽게 내놓을만한 장소다. 내놓을만하지만 막상 내놓으니 줄 설일이 아쉽다.
내일 금덩어리들 구경하려면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