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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수.

by 기묘염

티비에서 보면 뭐 저런 일이 다있나 싶은 일들도 나에게 일어나게 되면 그럴싸한 일이 된다. 있어선 안되는 실수는 있어도 있을 수 없는 실수는 없다. 늘 그것을 망각할 뿐이다. 내가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때, 그 손가락 끝이 결국 자신이 있을 위치가 되기도 한다. 한치 앞도 모른다는 건 바로 그런 걸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어떤 실수는 정말이지 있어서는 안되는 실수다.
나는 어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 어제는 운이 따랐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이라면 실수는 떄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여섯명이 식당엘 갔다. 웨이팅이 있는 식당이라서 언른 대기를 하기 위해 모시고 가는 입장인 내가 주차를 해놓고 운전석에서 내려서 달려 들어갔다. 나가면서 뒷자석에 있던 아빠에게 "아빠 애기 내려줘!" 라고 외치고 그냥 몸만 빠져나갔다. 아빠가 차에서 내릴 땐 공교롭게 일행의 차가 뒤에 따라 들어왔는데 주차공간이 없어서 후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후진 공간이 넓지 않아서 차가 다니는 도로로 차의 후미를 뺴야 하는 상황인 걸 보고 아빠가 달려가서 뒤쪽에 차가 있는지 보고 수신호를 해주러 달려간거다. 엄마랑 이모는 뒷차에 있었고, 내 차는 안에 아이만 남겨둔 채, 자동으로 문이 잠겼다. 나는 당연히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아빠는 별 생각없이 수신호를 하며 빠지지 않는 차를 정리하는 상황이였다. 아이는 혼자 차안에서 엄마를 부르고 차 문을 두드리고 저멀리서 신호하는 할아버지를 목이 터지게 불렀다고 했다. 물론 아무도 못들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웨이팅을 등록하고 나와서 평상에 앉아서 기다리던 엄마와 이모랑 평화롭게 (아이의 존재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따!! )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경적소리가 들렸다. 계쏙 멈추지 않고 빠아아아앙앙 하는 소리에 밖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소리나는 차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그 순간 , 뭐에 맞은 것처럼 아 애는 어딨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순간 식은땀이 나서 차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본 광경은 , 뒷자석에서 앞자석으로 기어 올라온 아이가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크락션을 울리고 있는 장면이였다.

그 때 떠오른 감정은 뭐랄까.
짠한 마음, 연민, 죄책감, 안도감, 당혹감, 남탓, 내탓, 상황 탓, 어이없음, 걱정, 슬픔, 분노, 아찔함.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감정이 한꺼번에 불꽃놀이처럼 빠앙 터지는 기분이였다.
나는 평소에는 무거워서 잘 들지도 못하는24키로 아이를 번쩍들고 미안하다고 염불을 읊조림과 동시에. 나는 진짜 몰랐다고 나의 무고함을 변호하고 할아버지 왜 애를 안내렸냐고 남탓을 시도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순간에도 아주 전형적인 자기방어를 한 나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몰려왔다. 인간은 매순간 남탓을 하고, 아주 부적절한 순간, 그러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자기탓을 하며 인생을 허비한다.

아빠는 어젯밤에 낮의 일이 떠올라서 잠을 못잤다고 한다.
아이는 자기전에 나를 꼭 안으며 어떻게 나를 잊을 수가 있어? 무섭고 서운하고 섭섭했어. 라고 털어놓고, 나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아주 푹 잤다.
가끔은 나도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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