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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손턴와일더

by 기묘염

"왜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책의 도입부에서 수사가 던진 질문은 예측하지 못한 상실 앞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유구한 질문이다. 왜 그들인가? 왜 나인가? 왜 당신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왜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인생을 걸고 헤매이지만 결코 답을얻을 수 없다. 그것이 우연이든 혹은 신의 계획이든 간에 두쪽다 내포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이유와 목적 의미를 찾는 인간에게 무의미는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든 것이다. 우리는 어쩌지도 못하고 어찌할 수도 없는 무의미를 다만 견딜뿐이다.
이 책은 그 견딤의 힘을 사랑에서 찾는다.
"그러나 곧 우리는 죽을 것이고 그 다섯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사랑이면 충분하다"
우리를 짓누르는 무의미를 견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책이다. 재난은 인간을 수치화한다. 참사는 정치와 숫자로만 남겨져 한동안 사람들을 어지럽게 할 뿐, 그 안에서 개인의 삶은 지워진다. 그러나 재난의 주인공은 언제나 개인일 뿐, 다른 것은 없다. 사그라진 개인의 삶에는 짧거나 긴, 저마다의 서사가 있다.

이 책에서는 산루이스 다리의 붕괴로 죽은 다섯명의 삶을 재구성한다. 처음엔 다리에서 내동댕이 쳐진 다섯개의 형체들로만 인식되던 존재가 한명한명 삶의 실체를 가지고 그들만의 서사를 펼칠 때,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것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우리가 숫자로만 기억하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보면 각개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떄론 기쁘고 대롱 고통스러웠을 생들이 한순간 수장되거나 압사당했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 서사의 굴레에서 [왜 하필 그들이였나, 왜 하필 당신이였나]를 곱씹으며 여전히 그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되었을까.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정도의 사랑이면 충분한 것인가. 사랑만 있으면 그것이 모든 의미일까. 죽은 사람에게도 산 사람에게도 사랑은 마지막 동앗줄일 수 있으나, 또한 그 기억만이 남을 생을 지탱하는 미약한 촛불일 수 있겠으나 그들을 숫자로만 기억하는 우리에겐 아무런 의무가 없을까. 그들 저마다의 사랑이 있으니 우리 또한 그것으로 되었을까. 그들의 사랑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왜 하필 너였을까라는 답없는 질문의 바톤터치를 이어가게 하는 잔인한 무심함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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