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아니고 대만관광1

문명의 찌끄래기들 .

by 기묘염

대만에 태풍이 지나갔다. 10 일부터 13일까지 태풍예보가 있었다.


아빠 칠순 기념으로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10일 출국13일 귀국일정이였다. 살면서 남의나라 기상국 사이트가 이토록 친숙해 질 줄은 몰랐다. 출국 일주일 전부터 온갖 변수들을 상상하며 괴로웠다. 불안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엄마는 취소하라고 나를 들들 볶았다. 나는 엄마와는 정 반대되는 회피형 인간이라 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 결항되면 담날 타면되고 비오면 비옷 입으면되지. 하는 타입이라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했다.

다행히 나는 자랐고 엄마는 늙었다. 게다가 부모자식 사이에도 자본의 역학관계란 놀라워서 비용을 지불하는 다 큰 자식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5명의 비행기 취소 수수료가 100프로에 가까웠으므로 태풍이고 나발이고 밀어 붙였다.


70세 부모는 불안하고 7세 아이는 출국전날감기에 들었는지 열이 치솟았다. 인천공항내에는 상시 진료가 가능한 훌륭한 병원이 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유용한 정보였다. 출국 직전에 아이 항생제와 해열제를 처방받아서 결국 비행기를 탔다.

태풍보다 살짝 빨리 출발했는지 비행은 순조로웠다. 2시간 비행인데 기내식이나와서 열심히 맛보는동안 도착했다. 입국장으로 향하는 복도 창으로 강풍을 처맞고 있는 나무들의 비틀거림이 보였지만 우리는 공항부터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 지하로만 요리조리 이동해서 숙소까지 비 한 방울 맞지 않았다. 문명이란 이런 거지.

두더지새끼처럼 지하로 숨어 다니며 만족감을 느끼는 음흉한 종족으로 태어나서 천만다행이었다.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70년간 길들여진 어르신들의 입맛을 너무 저어하지 않을 만한 비싸고 깨끗하고 한국인이 많이 가는 중화요릿집으로 갔다(호텔내에 있는 식당이라 역시 비는 아직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골랐음에도 편견으로 똘똘 뭉친 엄마의 기름지네 냄새나네 여기 음식이상하네를 피하진 못했다. 엄마의 불평을 반찬삼아 대만에서의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 하루가 다 가도록 바깥바람은 한숨도 마시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어떤 디스토피아처럼 창밖으론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리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쾌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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