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우편 기간 특별근무 계획표가 나왔다. 우편 영업실의 인원은 7명이고 남은 주말과 공휴일을 합쳐도 7번인데 왜 나는 세 번을 나가는 걸까? 어떤 사람은 한 번이고 어떤 사람은 아예 없었다. 계획이란 무엇인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종이에 갈겨넣는 것이 계획인가? 몇 날 며칠 계획을 짠다고 요란했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실장님이 계획표를 내어놓으며 " 자 젊은 피를 중심으로 하자고!"라고 했다고 한다. 가끔 내가 업무를 보는 직장인인지, 성균관 유생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빚진 게 없는 거 같은데 왜 그들은 나에게 채권자처럼 구는 걸까.
사실, 젊은 피들은 스스로 연장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업무 중에 조금 느리거나 안 풀리는 게 있어도 그래 저분은 좀 나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나보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 그래 나이 든 사람보다 내가 좀 더 움직이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차 마시러 나가서 두 시간 동안 안 들어와도, 그래 뭐 차가 좀 뜨겁나 보지 식혀먹다 보면 늦을 수 있지. 업무 중에 개인적인 전화를 받느라 삼십 분간 자리를 비워도 가정사가 복잡한가 보네 한다.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맞춰가면서 일하는 거 자체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다. 그런데 그 연장자들의 입에서, 젊으니까 너네가 해!라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건 다시 생각해도 꼴사납다. 배려라는 건 상대가 원할 때 자발적으로 하는 거지 요구해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뭘 자꾸 젊은 사람들이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어차피 젊은 사람들이 하는데...
뭘 자꾸 젊은 사람들이 하라는 건지 다시 한번 모르겠다. 나는 돈을 벌러 직장에 나가는 거고, 돈은 장담컨대 그들이 나보다 두배 정도 더 받는다. 자본주의를 만난 공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라사대 일은 네가 해라 돈은 내가 벌 테니....
사실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일 안 하려고 하는 어른들의 일을 무수히 대신하는 것으로 나름의 배려를 해 왔는데 정작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나오는 그 '요즘 것들' 보다 당신은 얼마나 포용력이 있는 건가. 진짜 억울한 건 , 심지어 나는 '요즘 것' 도 아니다. 몇 살까지 젊은 피라는 건지 법으로 좀 정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