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물고기는 안녕한가요?(서평 아니고 독후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by 기묘염

육아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걸 부모의 관점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책을 육아서처럼 읽게 된다. 예컨대 사랑스러운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든 과정,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어떤 인간으로 죽었는지를 보면서' 아 내 아이가 저렇게 되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저런 인간으로 키우지 않을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사서 한다.


​이 책은 지적이다. 소설인 듯 전기 같기도 하고 , 자기 고백인 듯도 하지만 에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학적인데 문학적이고 문학적인데 철학적이다. 보기 드문 책이다. 이야기는 데이비드 스타필드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가는 그의 인생에서 본인의 구원을 찾겠다고 선언한다. 애정 어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의 인생을 추적해 나간다. 아이는 자라고 소년은 청년이 된다. 청년은 성인이 된다. 그는 다행히 잘 풀렸다. 사회적으로도 명망 있고 힘을 가진 인사가 된다. 하지만 한 인간의 생애 전체를 들여다볼 때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언제나 어느 정도는 실망스럽고 최악의 경우에는 역겹다. 보이는 삶과 들여다보는 삶은 다르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식스센스급 반전으로 흘러들어 가 결국은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의 어린 시절을 어찌나 사랑스럽고 기대감 있게 그렸던지 읽다 보면 실망감이 아니라 배신감이 든다. 여전히 미국사에 획을 그은 인물 중 하나로 대학교 내에 동상까지 세워진 사람의 실체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그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었겠으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끼게 된다. 가끔씩 티브이에 나와서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정치인들이 알고 보면 과거에 민주화 투쟁을 했다거나, 누구보다 진보적인 인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과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 익숙하고 기만적인 삶. 그게 스타필드의 인생이었다. 그는 언제나 긍정적인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놀라운 자기기만으로 본인을 합리화한다.


​나는 원래 긍정의 힘 어쩌고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나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들이, 종교처럼 파고들어 있는 긍정에 대한 믿음이, 불편하다. 세상엔 내 힘으로도 긍정의 엔도르핀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론 그런 것들로 극복해서는 안 되는 일들도 있다. 긍정에 취한 자기 과신은 타인을 소외시키고 현실을 왜곡한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힘을 가져야 하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깨끗이 인정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힘이다.


​데이비드의 존재에서 , 그 사람의 생에서 구원을 찾으려던 작가의 노력은 실패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우주적 정의의 감각 같은 건 그 까칠하고 무의미한 조직 속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을 만큼 야멸차기 때문이다”.라는 비관적 결론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긍정적인 미국인답게. 구원을 찾는데 끝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긍정에 의한 자기기만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데이비드가 평생을 바쳤던 모든 것, 즉 ‘물고기’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녀는 구원을 얻는다.


그녀는 말한다.


“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인가? … 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 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


​“당신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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