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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염 Mar 13. 2022

오미크론은 정말 감기일 뿐일까?

감기는 안아퍼?


악몽 같던  선거기간은 끝났다. 유월에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르겠지만 일단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부정선거를 의심하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선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가지가 달려있다. 말단 직원들의 모가지는 가늘고 약해서 봉투에 풀만 삐져나와 있어도 심장이 오그라든다. 우체국에 넘기기까지 모든 일은 선관위에서 담당하지만 뭐 그들의 모가지라고 특별히 고래 힘줄일까. 이틀 동안 사전 선거우편물을 새벽 한 시까지 접수했다. 등기 우편 발송이 모두 끝날 때까지 우체국에서만 각기 다른 사람이 총 열 번 정도 바코드를 찍고 개수를 확인한다.  본 투표나 선거장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다.  


어찌어찌. 그 목구멍과 포도청의 경계를 넘기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선거기간에 지장을 줄까 봐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검사를 못하고 있다가. 끝나고 나서. 증상 있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 검사를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거의 초토화 수준이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선거였나 보다.  선거로 인한 몇 주간의 업무과중이 마무리되자. 이제 코로나 확진자의 공백으로 인해 업무가 다시 과중되고 있다.  거의 절반이 확진돼서 절반이 남아 모든 업무를 하다 보니 이건 차라리 걸리는 편이 수명을 좀 더 늘릴 수 있지 않나 싶을 지경이다.  

새벽까지 모여서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머리를 맞대고 개수를 세고. 두세 명씩 짝을 지어 한 컴퓨터 앞에서 이마를 맞댔는데 절반은 양성이 나오고 절반은 음성이 나왔다. 심지어 확진자와 매일매일 한 차를 타고 음식을 함께 먹고 밀폐된 공간에서 한 달간 생활하다시피 했고. 확진자는 이 주 전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나는 음성이 나왔다. 백신의 효과라고 하기에는 비교집단 모두가 백신 접종자다.  접촉의 정도와 관계없이 어떤 사람은 걸리고 어떤 사람은 안 걸린다.  어떤 사람은 목소리가 안나올 정도로 아프고 어떤 사람은 아무 증상도 없다. 매일매일 자가 키트에선 음성이 나오는데  피시알에서만 양성이 나온 사람도 있다.  당연히  증상도 다르다. 백신의 효과도 체질도 모두 다르겠지만 , 이 다르다는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준 공포감만은  누구에게나 파괴적인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감기 수준이라고도 하지만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이 바이러스가 아직은 덤덤해지지가 않는다. 집에는 아직 세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가 있고, 바로 옆집에 고위험군인 엄마가 산다. 진짜 두려운 건 내가 확진되는 게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세상은 달갑지는 않지만 새로운 경험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험이라는 이름의 신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정말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가.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많이 경험해 봐"라는 말이 정말로 우리가 후대에게 건네도 괜찮은 조언일까.  경험을 통해 이해의 폭을 확장시키는 사람이 진정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내가 본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험은 이해에 한계를 긋는 마지노선이 된다. 닫고 들어가는 최후의 문이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코로나로 인한 결원이 많아 업무가 지연될 때,  기다리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이거다

 "나도 코로나 걸려봤는데 그거 별것도 아니고 그냥 감기야 감기 그걸로 일하기 싫으니까 배들이 불렀지"

더 쉬운 예를 들자면 이런 것도 있다.  

"야 누구는 이런 거 안 해봤는 줄 알아? 힘들긴 뭐가 힘들어"   

좀 더 쉽게 접근해보자  

"아~ 나땐 말이야... "  


인간은 왜 보다 많은 걸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는 걸까.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든, 자기가 겪지 못한 경험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말이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든,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 말이다. 코로나가 제 아무리 날고 기고 뛴다 한 들,  그게 우리에게 무슨 교훈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경험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걸까?  지난 삼주 동안 아이와 주변에 고위험군을 위해  남편과 내가 매일 25만 원어치의 자가 키트를 매일 콧구멍에 쑤시는 동안 ,  자가 키트로 인한 환경오염과 돈 낭비와 감정 소모와 콧구멍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 우리가 배운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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