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가긴 갔습니다만.

by 기묘염

인사가 만사라 했다. 맞다. 자고로 세상만사란 뜻대로 되는 법이 없지.

순환보직형 인사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머리맡의 작은 폭군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거다. 니가 그 자리에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만나서 좆같았고 다신 보지 말자. 이런 마인드로 버티다 보면 어느새 인사철이 되고 악몽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건 이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그 존나 버티게 하는 힘. 좀 더 너그러워진다는 것의 비굴함. 넓어진 허용의 폭 안에서 커져만 가는 작은 폭군들의 오만함과 무례함. 그건 그 사람을 망치고, 우리를 병들게 하며 조직을 무너뜨리는 사내의 온실가스다. 그 슬픈 인내의 폭은 점점 커지고 넓어져서 모두의 온도를 높이다가 결국은 아무도 손쓰지 못할 온도로 모두를 덮치게 될 것이다.


그래, 그런데 그건 미래의 일이라 치자.

눈에 보이는 재앙이란 이런 거다. 모두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존나 버텼고 마침내 그날이 와서 해방의 날이 왔다. 약간 들뜬 분위기 속에 누군가 이런 말을 꺼내는 거다.

"구관이 명관이면 어떡하지? "

그 순간 모두의 모골이 송연해진다.


놀랍게도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서, 먼 옛날 춘향이가 절규했던 그 순간부터 전해진 경험적 사실은 늘 내려오는 관장마다 개개이 명관이라는 것이다.

확률상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늘 최악이라고 여겼던 자가 가고 새로운 자가 오면 한 달 내에 어디선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탄식이 들린다. 도라이 떠난 자리에는 미친놈이 오고, 미친놈 떠난 자리에는 더 돌은 자가 등장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광인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앞서간 미친 자들을 표본 삼아 좀 더 갈고닦은 성실한 노력과 교육의 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굳이 왜 그런 것을 배우고 답습하며 심지어 노력하고 전수한단 말인가. 아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인간은 이미 떠나간 자의 장점을 찾는 것에 관대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인물의 단점을 찾는데 비상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진정 레벨 업되고 있는 광인들의 자가 복제란 말인가.


이 작은 조직에서 주어진 이 작은 권력이 사람들을 레벨업시키는 광기의 원천이라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 보잘것없는 규모의 힘에도 이렇게 쉽게 망가지는 게 인간이라면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러니까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말이다.

아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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