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쉬고 싶다.
티비를 돌리다가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를 잠깐 봤다. 강형욱선생님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진정한 양육 선생님 두 분 중 한 분) 이 말티즈의 특성에 대해서 말하는 걸 들었다.
'말티즈는 매우 예민한 견종이고, 깔끔한 편이다. 소변을 누면 그걸 밟지 않기 위해 통통 튀어서 피해 간다. 질투가 많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견종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것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 괜히 여태껏 괜찮게 지내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미워한다....-'
뭐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키우는 [4세, 인간, 남아]와 비슷한 게 아닌가. 역시 오은영 선생님과 더불어 이 분야의 선구자 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키우는 말티즈 인간은 사랑스럽게도 나를 가장 좋아한다. 아빠가 주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 등등 가족들과 잘 지내다가도 내가 등장하면 갑자기 '아빠 미워 저리 가!! 할머니 하부지 저리 가!! 엄마만 와"를 시전 하여 그간 열심히 돌본 가족들에게 '검은 머리 짐승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말랑말랑한 줄자를 길게 당겨 선을 그어놓고
"여긴 출입금지구역이야 엄마만 들어올 수 있어" 라거나 ,
엄마랑만 쉬할 거야. 엄마랑만 목욕할 거야. 엄마랑만 코할 거야. 엄마랑만 밥 먹을 거야. 등등 무수한 엄마랑만을 시전 하여 퇴근에서부터 침실까지 모든 시간 모든 순간 엄마에게 퇴로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덕분에 이 엄마는 이 무한한 사랑에너지를 받아!!!
뒈질 거 같다 이거예요....
평소엔 바쁘다는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돌아보면 휴식 없는 하루하루가 축적되어 오늘의 내가 위태로운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너무 피곤해서 아홉 시 반에 애를 재우러 들어가서 눈떠보면 아침일 때도 있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여섯 시에 집에 오면 , 그때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교대근무라서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은데, 그러면 주말에는 나 혼자 애를 보거나, 혹인 같이 있다 하더라도 말티즈의 특성상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 아이가 자는 밤엔 남편과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면 머리가 텅 비어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외동이라 혼자 자랐고,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사람인데 갑자기 삶의 모든 순간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다 보니 그게 좀 견디기 힘들다. 방에 틀어박혀 혼자 앉아 책 읽고 자고 눈뜨고 글 쓰고 며칠만 그렇게 보내보고 싶다.
강 선생 님. 아 왜 이분은 성도 강씬거지... 강아지 말고 저요. 말티즈를 키우는 [ 3n세, 인간, 몰티즈랑 정반대 성격임] 성견도 솔루션 부탁합니다. 곧 물 것 같거든요.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