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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Jun 20. 2024

프라하에선 보헤미안이 되어야 해!

1. 체코 프라하(1)

프라하 첫숙소 발코니에서 만난 프라하의 야경을 만끽하는 하늘


두 딸 이름이 푸른이와 하늘이다.   '기'자 돌림의무를 저버린  팔 남매 막내며느리의 반란으로 사수해 낸 이름이다. '푸른'이란 형용사로 열고 '하늘'이란 명사로 닫음으로써  난, 푸른하늘맘이 되었다. 이름 따라 사는 꼴도 닮기 마련이어서 두 딸아이는 하늘과 관련된 업을 하게 되었고 원래 고물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자유자의 몫이니 오롯이 엄마만 하늘길이 닳도록 날아다녔다.


푸른이와 스페인을 다녀와서 자랑질이 길어지니 하늘이가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일더란다. 그래서 아무튼 하늘이와 동유럽 산책을 가게 됐다. 언니와 동일조건이어야 한다는 자매법칙에 따라 15박 16일로 체코와 체스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를 싸돌아다니는 여정으로 꾸려졌다. 떠나던 날 비가 내리더니 체코에 닿는 순간 내내 푸른하늘이다. 그럴밖에. 내가 푸른하늘맘이며 은하수와 우주를 품은 할미이니!


프라하 바츨로프  광장 부근에 얻은 첫 숙소는 예술가들의 상상 놀이터인 듯 재미난 호스텔로 하늘이 마주 보이는 다락방이다. 은은히 밝히는 촛불과 다락방 창문을 열면 쏟아지는 별들 덕에 야간별빛음주를 허할 수밖에 없다. 엄마가 코젤 맥주를 홀짝일 때마다 발코니에서 까만 밤 은하수에 취하던 하늘인 기어코 은하수와 우주를 제 살붙이로 불러냈으니 이 또한 다락방이 부린 마법이 아니었을까, 가끔 기막힌 술안줏거리가 된다.


야심만만 경이로운 야경을 품느라 숙소를 들고나는 과정이 험난했을까? 네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과묵한 열쇠는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제대로 지칠 즈음 돼서야 딸깍 열리는 문을 드나들면서 깨달은 건 문이 마치 체코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대개 체코사람을 바게트방에 비유한 까닭을 알았던 거지.


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하늘인 나아갈 길을 확인하며 2박 3일 동안 프라하와 체스키를 만날 예정이다. 세계의 배꼽, 체코를 시작으로 보헤미안이 돼볼 참이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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