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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숙 Jul 11. 2024

프라하에선 누구도 혼자가 아니야

4. 체코/프라하(4)

프라하를 황금의 도시라고 읊은 괴테의 말처럼 시월의 프라하는 깊고 찬란하며 낙엽조차 진지하다.


내일이면 떠날 프라하에서 가장 길게 오래 머물렀던 곳이 프라하 성이다. 비투스 성당의 스테인 글라스에서 잠시 천상계에 머문 듯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휩싸였다. 아름다움이란 비경을 지키기 위해선 비밀이 있기 마련인데 3톤의 은으로 장식된 얀 네포 무츠키 신부가 살짝 귀띔해준 비밀은, 인간계로 회귀하는 스위치가 입을 여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왕비의 고해신부였던 얀 네포 무츠키 신부는 왕비의 불륜을 의심한 왕으로부터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를 거부하여 블타강에 던져지는 죽음을 당한 이후 체코 사람들에게 성인으로 불리고 있으니 나 역시 프라하 성의 아름다운 비밀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겠다.


바람이 저절로 떠밀어 발걸음 가벼운 시월의 날에 체코를 꿈꾸던 삶이 드디어 현실이 됐고, 프라하 성에서 목이 긴 그녀와 마주하고 있으니 황금보다 귀한 소원성취를 이뤄낸 여자가 뭘 더 바라겠어.



하늘이 낭창거리며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오후 세시쯤이었을 게다. 프라하 성의 난간에서  햇빛을 즐기던 중 하늘이가 질문을  던진다.


프라하 도시산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클레멘티움! 클레멘티움을 보기 위해서는 300크루나의 가이드 비용을 지불하고 관람 신청을 해야 한다. 


우리의 가이드는 싸늘하고 도도한 매력을 지닌 이십 대 체코  아가씨로 이지적인 그녀가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설명해 주는 역사적 고찰보다 다들 아름다운 그녀에게 몰입했다. 아름다운 여자는 천 년의 시간쯤은 가벼이 이겨낼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지켜보는 시선은 나름 즐길 만했으며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과학적 증거를 허용치 이상 주입시켜 준 클레멘티움에서 지적충전을 한 덕이라 그랬을까. 하늘이도 클레멘티움!



일몰의 시간, 프라하 거리를 걷는다. 엽서 같은 풍경이 쉼 없이 펼쳐져 있는 길 위에 그림자까지 따라 걷는 참인데 어디선가 음악이 흐른다. 존 레넌의 이메진이다. 존레넌 벽화 거리에서 누군가가 먼저 부르고 있던 이메진을 낮으막하게 따라 부르며 비밀의 언약을 깨뜨린다.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

한번 해보면 쉬울 거야

우리  밑엔 지옥이 없고

위에 오직  하늘만이 있어

상상해 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봐

어려운 일이 아니야

희생시킬 일도 희생당할 일도 없고

종교 또한 없어

상상해 봐.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야

엔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

그렇다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재산을 가지지 않는다고 상상해 봐

당신이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욕심부릴 필요도  굶주릴 필요도 없어

인류애만이 가득하지

상상해 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야

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이길 바라

그렇다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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